입덧이 심하던 임신 초기 무렵 오랜 시간 의뢰인의 힘든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상담을 하는 중에 내색은 못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임신 중기 배가 부르기 시작할 무렵 남성 변호사님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흥미로웠다. 오랜만에 만난 어떤 변호사님은 “아니, 왜 이렇게 옷차림이 바뀌었어요?”라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변호사님은 “왜 이렇게 몸이 부었어요?”라고 해서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있다. 어느 변호사님은 조정을 마치고 굳이 필자의 의뢰인을 먼저 가게 한 다음 잠시 한쪽으로 부르더니 “김변. 정말 축하해요. 오늘 보고 처음 알았네”라고 해서 남성 변호사님 중에도 이렇게 세심한 분이 있구나 싶어 놀랐던 적도 있다. 어느 반응이든 결과적으로는 축하로 이어지니 감사하였다.
고객들이 배부른 자신의 모습을 보고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며 상담만 대충 받고 나가는 바람에 힘들었다는 어느 여성 변호사님의 고백이 떠올랐다. 필자도 임신 후기가 되니 그 점이 내심 신경 쓰였다. 역시나 상담 끝에 머뭇거리다가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변호사님 출산이 임박하신 것 같은데 제 사건 맡아서 하실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신경 쓰이시죠. 제가 지금 임신 ○개월이라 ○○월에 출산할 예정이에요. 출산 앞뒤로 거의 쉬지 못할 것 같고 다른 때보다 더 신경 써서 챙길 것 같은데, 그래도 신경 쓰이시면 다른 사무실에도 가보셔요.” 이 설명은 거짓 없는 진심이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차라리 의뢰인에게도, 뱃속 아기에게도 미안하지 않을 듯했다. 그러면 대체로 진심이 다 통했던 것 같다. 결국 변호사도, 의뢰인도 다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니 서로를 이해하고 더 노력하면, 홀몸인지 임신 중인지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닐 게다.
물론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남의 나라 이야기인 점은 어쩔 수 없고 때론 아쉬우나, 모든 걸 다 취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나마 이렇게 이 시간을 넉넉히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 요즘이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