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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 한 사람

    이순희 변호사 (법무법인 창비)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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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일 전 늦은 퇴근길이었다. 버스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택시에서 내린 여학생이 비틀거리다가 갑자기 길에 쓰러지는 것이었다.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고 택시기사는 이미 떠나간 후였다. 처음에 그 여학생을 보았을때는 너무 놀라기도 했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도라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이 여학생을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예전에 유투브 동영상으로 보았던 영상이 하나 떠올랐다. 내용은 한 학생이 지하철을 내리면서 탁구공이 든 박스를 지하철역에 엎질렀고 이 때 이 엎질러진 공을 누가 어떻게 주워주는지를 실험해보기 위한 영상이었다. 두가지 상황을 가정하였는데 한번은 공이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지나치기만 할 뿐 함께 공을 주워주는 사람을 두지 않았고, 다른 한번은 가장 처음으로 함께 공을 주워주는 사람을 두었다. 이 두가지 상황에서 사람들은 떨어진 공을 보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보는 실험이었다.

    준비한 실험대로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한박스의 탁구공을 엎질렀다. 그리고 그 옆을 몇 명이 무심하게 지나치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몇몇 사람들이 떨어진 공을 쳐다보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공이 떨어진 바닥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였다. 한참 후에야 몇몇 사람들이 실험자와 함께 공을 주워주기 시작하였고 공을 다 주울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한편 다음 상황에서는 똑같이 한박스의 탁구공을 엎질렀지만 즉시 옆에서 함께 공을 주워주는 한 사람을 두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함께 공을 주워주는 그 한사람을 보고 주변 사람들도 빠르게 실험자를 도와 옆지른 공을 함께 줍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옆지른 공을 보며 어떻게할까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먼저 나서서 엎지른 공을 함께 줍기 시작하였더니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함께 동참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즉, 우리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보면 도와주고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최초의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면 그 한 사람의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더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실험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본다면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바로 그 한 사람’이 내가 되자는 교훈을 주었다.

    이 여학생을 보는데 갑자기 이 동영상이 생각이 났고 ‘바로 그 한사람’이 내가 될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집이 어디인지 정신은 드는지 일어날 수 있겠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그 동영상에서 보았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가 이 여학생을 도와주는 것을 보고 이 여학생이 택시에서 내려서 걸어올 때까지 흘린 카드, 수첩 등의 소지품을 함께 주워주었고 어떤분께서는 근처에 경찰서까지 멀지 않으니 자기가 가서 경찰을 데리고 오겠다고 여학생 옆에 있으라고 하시며 경찰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게 해주셨다. 이 일을 통해서 나는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바로 그 최초의 한사람’이 내가 될 수 있게 더욱 더 용기를 내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얼마전에도 한 택시기사가 운전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택시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비행기 탑승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쓰러진 택시기사에 대한 아무런 구호조치도 취하지 않고 자신들의 골프가방만 챙겨서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 사건이 문제된적이 있었다. 이러한 승객들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우리나라에서도 구조가 필요한 자를 구조가 가능한데도 구조하지 아니한 자를 처벌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확산되었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을 제도를 통해 강제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가장 먼저는 다른사람들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 나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선한 행동을 불러올 수 있는 첫 시작이 되는 ‘바로 그 한사람’이 내가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이 사람을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을 지나가게 된다면 이러한 방관하는 마음만 점점 퍼지게 되어서 모두가 그 상황을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바로 그 한사람’이 되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이러한 ‘용기’가 점점 퍼져나가 더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낼것이다. 우리 사회에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이순희 변호사 (법무법인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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