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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은 삼세번?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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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재판은 대부분 3심제다. 3심제는 ‘재판을 3번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 ‘재판을 3번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1심을 시작도 하기 전에 2심 전망까지 묻는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재판을 1심으로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2심은 기본이요 여차하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실제로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비율이 대단히 높다. 필자가 담당한 사건 중 1심에서 패소한 뒤 그대로 승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상소비율이 높다보니 고등법원, 나아가 대법원의 업무 부담이 적지 않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가량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원은 어떻게든 상소비율을 줄여보려 노력한다. 민사사건에서는 상소가 불가능한 조정이나 화해를 유도하고, 형사사건의 경우는 사정변경이 없는 이상 1심의 양형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상소비율이 높을수록 사건이 많아져서 반길 일이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높은 상소비율의 근저에는 재판에 대한 불신, 나아가 법조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믿지 못하니 불복하는 것이다. “1심 판사님이 제가 낸 자료를 안 본 것 같아요”라는 의뢰인의 호소는 변호사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물론 재판부가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 당사자가 믿지 못할 뿐이다.

    이처럼 높은 상소비율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승복을 못하는 국민성이 있어서 그렇다”고 폄훼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1심 결과에 승복하는 비율이 높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민성이 성숙하지 못해서 무조건 3심까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상소비율이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국민성에서 찾는 것은 옳지 않다. 당사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우리 법조문화의 책임이 크다. 재판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 검사가 어련히 알아서 기소했으리라 예단하는 법원, 여전히 고압적인 수사기관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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