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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첫눈 못지않은 기쁨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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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다른 지역 법원에서 조정이 있었는데 만삭이다 보니 직접 운전은 부담스러워 가족이 운전하여 함께 다녀왔다. 가는 길에 첫눈이 내렸는데, 첫눈인데도 첫눈 같지 않고 마치 한겨울 익숙한 눈처럼 하늘을 빈 공간 없이 꼼꼼히 채우며 제법 내렸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이 또한 추억으로 말해줄 일이 되겠구나 싶어 그날 보는 첫눈이 더 반가웠다. 이날 조정은 두 시간 넘게 진행되어 결국 성립되었다. 조정 후 차에 타자마자 힘들고 허기진 탓에 빵을 우걱우걱 먹었다. 몸은 고될지라도 그날 가서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보람이 더 컸다.

    필자는 조정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판결을 받아도 상소하지 않아 확정되기도 하지만, 조정기일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조율하여 합의점을 찾아 마무리되는 경우 한쪽의 속 쓰린 패배와 반대쪽의 이기긴 했으나 허무한 승소의 대립을 남기지 않는 것 같아 좋다. 또한 그 양 당사자도 사회 내에서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가정에서는 누군가의 아빠이고 엄마이고 자녀인 셈인데, 송사에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어서 그렇기도 하다.

    누군가를 너무 오랫동안 미워하고 송사에 너무 많은 힘을 쏟는 것은 결국 그 당사자 본인을 피폐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왕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이상 나중에 후회 없이 그 심급에서 최선을 다해 주장하고 입증하되, 조정의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준비하여 열린 마음으로 참석하자고 의뢰인을 설득한다. 여기에 재판부 역시 이번 조정에서처럼 진심으로 노력해줄 때 양 당사자에게 100%는 아니더라도 그 상황에서의 ‘최선’을 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때 느끼는 기쁨은 1년에 한 번 보는 첫눈 못지않게 변호사로서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보람이자 기쁨이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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