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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평과 정의

    김진욱 선임연구관 (헌법재판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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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참 불공평해. 흔히 듣는 말이다.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유력자의 딸 모씨가 친구들에게 “돈도 실력이야”라 말한 것이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일만 보아도 한국인들은 불공평하다 느끼면 가만히 못 있는 것 같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게 한국인이라는데 이런 한국인들이 자본주의를, 황금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공산주의를 하는 것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80%가 동의한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 역시 한국인들의 이런 평등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절대군주 루이16세를 하루아침에 단두대에 이슬로 보내버린 프랑스 대혁명도 베르사이유 궁전의 휘황찬란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삼부회의 제3신분 대표들, 부르주아와 도시노동자들의 마음속에서부터 싹텄다. 당시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가 했다는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 하세요”는 여기에 불을 지폈을 뿐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데 사람들 마음속에 이처럼 깊이 뿌리박힌 평등의식은 그만큼 인간 사회가 불평등했음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날 때부터의 불평등함을 토대로 한 신분제는 근대화 이전 어느 사회에나 지배적인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민은 개·돼지다”라고 공개발언하면 지탄 받는 사회가 되었다.

    1980년대 정의사회 구현을 모토로 내세운 정권도 있었지만 사회 구성원 다수가 불평등을 느끼는 사회라면 정의로운 사회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프랑스혁명의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유명한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불평등을 나이, 건강, 외모나 능력이나 재능의 차이와 같은 타고난 불평등과 사람들의 동의로 정해지거나 적어도 용납되는 사회적 불평등의 두 가지로 구분했다. 그렇다면 자연적인 타고난 불평등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적어도 사회적인 불평등은 최소화하는 것이 평등 사회 곧 정의로운 사회 아닐까.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를 금과옥조로 새기며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며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2017년을 보내는 법조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김진욱 선임연구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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