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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어떤 과일을 팔고 있을까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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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판장에서 사과 두 상자를 샀다. 한 상자는 이미 개봉되어 안에 있던 사과 맛을 본 것이고, 그 사과 맛이 정말 좋아 똑같은 사과로 담았다는 다른 한 상자를 더 산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몇 개의 사과는 썩어 있고 그나마 멀쩡한 사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가서 따질까 하다가 굳이 찾아가는 수고까지 하고 싶지 않아 넘어갔다. 물론 다시는 그 공판장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집 앞 슈퍼에서 귤을 한 상자 샀다. 개봉되어 있는 상자 속 귤을 먹어봤는데 무척 달고 맛있었다. 슈퍼 주인은 한 상자 산 김에 똑같은 귤로 한 상자 더 사라고 권했다. 앞서 사과로 공판장에서 데인 적이 있기에 한 상자만 사겠다고 했다. 다행히 그 한 상자 귤을 다 먹을 때까지 하나같이 모두 맛있었다. 집 앞 슈퍼가 오히려 늘 마주치는 입주자들을 상대하다보니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맛을 속이지 않더라는 작은 신뢰가 쌓여 공판장이나 대형마트 대신 그 슈퍼를 찾게 되는 셈이다.

    변호사도 일종의 장사인데, 각 변호사마다 어떤 장삿속으로 일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다. 적지 않은 홍보비용을 들여 화려하게 홍보하고 사건을 많이 유치하지만, 마치 사과 품질을 속인 공판장처럼 막상 다시는 그 곳에 사건을 맡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 곳은 매력적인 곳이다. 반면, 대외적으로 딱히 뭘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사람들이 찾는 사무실이 있다. 자신이 사건을 맡겼던 사무실을 자신의 가족에게 소개하고, 송사에 휘말린 친구를 데리고 그 사무실로 간다.

    경쟁에 치이다 보면 일단 사무실을 거쳐 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단골 장사 하듯 신뢰만 쌓고 일하기에는 변호사업계 경쟁이 너무 치열하여 도태될 것 같다는 우려도 들 수 있다. 대다수의 젊은 변호사들에게는 공통된 고민일 듯하다. 그러나 공판장의 사과와 집 앞 슈퍼의 귤 - 우리는 어떤 과일을 의뢰인에게 팔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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