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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신해철법 1주년, 그가 남기고 간 것

    김혜리 변호사 (법률사무소 나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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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30일 신해철법이 시행된 지 꼭 1년이 되었다. 학창시절 그는 마왕 신해철로 밤마다 라디오와 노래를 듣던 추억을 남겨주었다면, 변호사가 된 지금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단지 노래와 추억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신해철은 한 병원에서 외과적 수술을 받은 후 안타깝게 사망하였고, ‘의료분쟁’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그의 이름을 따른 법안을 세상에 남겼다. 


    흔히 신해철법이라 알려져 있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라 한다)」은 그의 죽음보다 훨씬 앞선 2011년 4월 제정되었다. 그리고 2016년 5월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 즉 신해철법은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중 일부’에 해당하는 중대한 의료사고의 경우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조정절차를 자동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9항). 이는 개정 전 환자나 그 가족이 조정을 신청해도 상대방인 의료인이 응하지 않을 때는 신청이 각하되었던 것과는 대비된다.

    그가 남긴 것은, 비단 그의 이름을 따른 법안뿐만이 아니다. 신해철법에 뒤이어,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의무를 강화한 개정 의료법이 2016년 12월 신설되었다(의료법 제24조의2). 그의 죽음은 의료분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치지 않고 합리적인 분쟁해결기준을 마련하려는 법조계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와 한의사를 포함)는 사망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상을 가져올 위험이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실행하기 전에 환자(환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문서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개정 전에도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의무는 기존의 판례 등을 통하여 이론이 형성되어있었으나, 개정 의료법은 이를 명문화하였다. 개정 의료법은 설명의무를 명문화 한 것 외에도, 이를 위반한 의료인에게 3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여 의료인에게 그 의무를 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동법 제92조). 개정 의료법이 의료인에 대한 설명의무를 강화한 이유는 환자의 동의권, 즉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과거 환자들이 의사에게 진료의 모든 것을 일임하였던 것과 달리 오늘날 환자들이 자신의 신체에 관한 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요구가 적극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그의 이름을 따른 ‘신해철법’을 필두로 그 동안 반영되지 못하였던 의료분쟁 해결방안에 대한 ‘환자’의 목소리를 이끌어내었다. 변호사로서 환자의 입장에서건 의료인의 입장에서건 분쟁당사자인 환자를 포함한 의료분쟁의 해결방안을 찾고자 하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루어지도록 한 그의 업적에 그 누구보다 감사한다. 때문에 더욱 사명감을 갖고 의료분쟁해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의료분쟁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핑계로 분쟁해결방안에 있어 ‘신속함’만이 우선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어떠한 분쟁해결절차에서든 ‘공정함’이 분쟁해결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공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공정하지 못한 결과는 분쟁당사자를 납득시킬 수 없으며, 분쟁당사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조정결정은 궁극적인 분쟁해결방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해철법은 ‘자동조정개시’ 조항과 더불어, 신속한 분쟁해결을 돕는다는 취지로 조정결정이 조정절차가 개시된 날부터 90일이내 또는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120일이내에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의료분쟁조정법 제33조). 소송절차에서 진료기록 감정신청 등 증거절차를 시작하는데 만해도 서너달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신해철법에 따른 조정절차가 신속한 분쟁해결방안임은 분명하다. 또한 신속한 조정결정이 환자와 의료인의 의료분쟁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경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소송절차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의료과실에 대한 판단이 그만큼 신중함을 요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과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못한 조정결정은 결국 당사자를 납득시킬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조정절차는 종국에는 분쟁당사자의 합의를 필요로 하므로, 당사자가 조정결정에 납득하지 못하면 사건은 다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변호사로서 신해철법이 제시한 ‘신속한’ 분쟁해결제도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도 있다. 분쟁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변호사에게도 한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의 책무는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므로, 분쟁해결방안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신해철법은 그 태생에서부터 의료분쟁에서 약자로 여겨지던 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였고, 분쟁당사자들의 정신적 고통 및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경감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신해철법의 자동조정개시와 짧은 조정절차기간은 ‘공정한 절차’보다 ‘신속한 절차’에 무게를 두고 있어, 여전히 절차적인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청년변호사들이 신해철법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팬으로서 그리고 청년변호사로서, 신해철법 1주년, 노래와 추억, 그리고 그가 남긴 것에 대해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신해철법 2주년, 3주년, 10주년에도 변호사로서 분쟁당사자인 환자와 의료인들의 분쟁으로 인한 고통을 어루만지는 공정한 분쟁해결방법에 목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그에 대한 감사인사를 이어가고자 한다.

     

    김혜리 변호사 (법률사무소 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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