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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죽거리 '일품헌'

    노루궁뎅이버섯… 동충하초 등 우려낸 육수에 샤부샤부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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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는 서울행정법원이 서초동 종합 청사를 떠나 양재동에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정든 단골 식당을 떠나온 선배 법관들은 말죽거리의 여러 식당을 몸소 체험하며 옥석을 가려냈고, 그렇게 만들어진 소중한 리스트는 수정을 거듭하며 후배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 리스트의 제일 윗줄에, 법원이 이사 올 때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어 그동안 서울행정법원 식구들의 변함 없는 사랑을 받아 온 말죽거리 맛집, 중국 광동식 샤부샤부 전문점 일품헌(一品軒)이 있다.

    일품헌의 대표메뉴는 누가 뭐래도 1인 샤부샤부다. 흔히 중국식 샤부샤부(훠궈, 火鍋)라고 하면 가운데가 태극 모양으로 나뉜 큼지막한 용기에 하얀 국물과 빨간 국물이 나오는 사천식 샤부샤부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곳 샤부샤부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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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품헌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개인 화로에 매료되게 마련이다. 인원수대로 제공되는 은빛 화로는 은근한 불로 식사 내내 육수를 따뜻하게 하면서 깊고 진한 맛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고급스럽고 정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생하는 재판부 식구들에게 근사한 점심을 사고 싶을 때, 외부에서 온 손님에게 성의를 보이고 싶을 때, 격식 있는 모임 장소로 일품헌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이다.


    일품헌 샤부샤부의 가장 큰 특징은 갈색 육수이다. 표고버섯, 망태버섯, 노루궁뎅이버섯, 능이버섯, 송이버섯, 그물버섯, 소나무버섯, 차나무버섯 등 7가지 종류의 버섯과 동충하초, 인삼, 녹각 등의 한약재를 넣어 8시간 우려냈다는 육수는 진하면서도 거부감 없이 깔끔한 맛이다. 혀가 따갑고 속이 쓰리도록 매운 사천식 샤부샤부가 부담스러운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담백하고,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일품헌의 샤부샤부 국물이 안성맞춤이다.

    이 육수에 각종 채소를 가득 담아 한 번 더 끓이고 소고기나 해산물을 담가 먹다 보면 그 맛은 더욱 깊어진다. 마무리로 칼국수를 삶을 때쯤이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인지 몸에 좋은 한약을 먹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샤부샤부 재료들과 함께 나오는 탕수육도 빼놓을 수 없는 일품헌의 별미이다. 하얀색이나 노란색을 띠는 북경식 탕수육과 달리 일품헌의 탕수육은 약간 붉은색을 띠는데, 광동식 탕수육에는 토마토소스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콤하고 새콤한 토마토의 풍미는 샤부샤부 국물의 담백함을 더욱 강조해 주며 서로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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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기 있다는 음식점을 가 보면 새롭고 화려한 요리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물론 필자도, 처음 들어보는 다양한 향신료로 혀를 자극하는 요리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이다. 그러나 노자(老子)께서 말씀하시기를 “화려하고 다채로운 맛은 입을 상하게 한다(五味口爽)”고 했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에 질릴 때면 어김없이 일품헌 샤부샤부의 담백한 국물, 깊이 우러난 버섯의 향이 떠오르는 이유인 것 같다.

    법원의 1, 2월은 분주하다. 인사철을 맞아 누군가는 양재동을 떠나고, 누군가는 양재동을 찾는다. 서울행정법원의 1, 2월은 더욱 바쁠 것 같다. 스무 살 생일을 맞아, 국민과 함께 좋은 행정재판을 만들어 가기 위한 계획들이 진행되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이 말죽거리를 방문하게 될 듯하다. 헤어짐이 아쉬운 분들, 새로운 만남이 설레는 분들 모두에게 서울행정법원이 따뜻한 추억이 되도록 따끈한 샤부샤부 국물을 권해 드리고 싶다.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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