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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그러려고 한 공부니까.

    김연기 변호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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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멍가게를 꾸려온 지 1년이 좀 넘었다. 내 능력이 많이 부족한데도, 믿고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그럭저럭 한 해를 버틴 것 같다. 

      

    변호사가 자신의 가게를 꾸린다는 것은 변호업무 외의 다른 많은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와 같다. 고용일 때는 일과 중에는 서면 작성과 재판 출석에만 신경쓰면 족하였는데, 사무실 운영과 손님 상담, 기타 영업활동 등을 고려하면 천상 서면 작성은 야간에나 이뤄지게 된다. 매일 이러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쉽고 단순한 일에 집중하게 된다. 효율을 중시하게 되고, 새로운 고민은 하지 않게 된다. 새로 시작하는 한 해도 그러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주한 어느나라 대사관이라고 한다. 대사관이라니. 이런 구멍가게에 무슨 용건이 있어 연락이 온 것인지 궁금했다. 알고보니 내가 맡고 있는 형사사건 피고인의 일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기록 복사도 못하였는데 뭘 묻고자 하는 것일까. 사무실로 방문까지 한다고 하니 일정을 마냥 미룰 수 없어 일단 들르라고 하였다.

    대사관이 문의한 사건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죄명도 단순하고, 무려 ‘대사관’에서 나서서 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어디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나보다라는 생각도 안한 것은 아니다.

    다음 날, 미리 정한 시각에 대사관 측 사람들이 사무실로 방문을 했다. 1등 서기관이라는 분과 통역관 두 분이 왔다. 아침의 이른 시각으로 약속을 잡았는데 약속 시각보다 일찍 온 것도 인상적이었다.

    대사관에서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구금된 피고인의 아내가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였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대사관 측 사람들은 이미 모국에 귀국하여 있는 피고인의 아내를 위하여 사건의 경과와 향후 예상되는 진행 상황 등에 대하여 알기를 원하였고, 본인들이 도울 수 있는 갖가지 방안에 대해 물었다. 한편 내가 피고인과 접견을 할 예정이라고 하자 여기에 대사관 직원 역시 참석시킬 수 있는지도 물었다.

    어쩌다 가끔 접하는 뉴스의 얘기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 헌법 제2조 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정해져있지만 이 조항의 의미를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실 변호사가 된 후에는 헌법 조문을 살펴보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사실 그렇다. 형사 피고인이 무슨 죄를 저질렀든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합당한 처벌은 내려져야겠지만 그로 인하여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는 어디의 대단한 사람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보호를 해야 한다. 내가 맡은 형사사건 피고인의 나라는 너무도 당연한 일을 마땅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죄명을 살피고, 피고인이 어떤 사람인지 살폈다. 무려 ‘대사관’이 나서는 사건이니 뭔가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릇된 통념에 기반한 것이었다.

    몇 년 전 개봉하였던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가 있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대사. 막상 나는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대사의 울림이 어떠했을지 나름 추측해볼 수가 있었다.

    어제는 피고인의 접견을 마쳤다. 역시나 그러하듯 평범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대사관에서는 재차 전화가 왔다. 접견을 마쳤는지를 묻고 다시금 사무실로 방문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렇게 하라고 했다.

    구멍가게를 꾸리면서 문득 떠올리면 가슴에 울림이 있는 사건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 어쩌면 평생 이러한 일을 경험하지 못하고 지냈을 수도 있다. 내가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 지금의 기회를 좀 더 감사히 여기고, 마침 새해도 맞이했으니 효율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고민을 계속 해봐야겠다. 그러려고 한 공부니까 좀 더 그렇게 해보자는 다짐을 해봤다. 그 다짐을 위해서 이 글을 게재해본다.

    김연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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