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서초포럼

    비난과 비판 사이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40417.jpg

    한편에선 ‘삼성과 법관의 삼법유착',‘짜 맞춘 법리구성이자 재판장의 취향에 따른 널뛰기 재판’,‘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대한민국 법 상식을 짓밟은 법원’이라 비난하고, 다른 편에선 ‘재판부의 소신 있는 판결’이라고 치켜세운다. ‘정의와 국민을 무시하고 기업에 조아리며 부정직한 판결’을 내린 판사와 그의 판결에 대해 감사를 청원한 국민이 20만 명을 넘었다. 판결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 국민의 반응이 이처럼 극과 극이다. 자신의 이념이나 생각과 다른 결론의 판결이 내려지면 온갖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어를 동원해 판결을 비난하고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신상을 털어 여론의 광장에 던져버린다. 정치권이 앞장서고 언론도 동조한다.

    이재용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자 정경유착의 적폐가 청산되기를 바라던 쪽에선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다른 쪽에선 판결을 환영하면서 가뜩이나 마뜩찮은 특검의 수사를 부실과 여론몰이 수사로 낙인찍었다. 이념적으로 갈릴 사안이 아님에도 피고인이 누구냐에 따라 판결을 이념으로 덧씌워버린다. 판결을 둘러싼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어느 현직 판사는 SNS에 근거나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이재용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짧은 멘트도 날렸다. 판결로서 말해야 하는 담당판사는 판결 직후 언론 인터뷰까지 했다고 한다. 비판대신 비난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권이나 언론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지고, 이어서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결이 나오는 순간 대립과 반목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비난의 수위는 최고조에 달할지도 모른다.

    법치국가에서 사법부와 판결은 마땅히 비판적 공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법은 다른 권력과 마찬가지로 비판과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사법부는 더욱 그렇다. 재판에 대한 공적 비판은 사법 권력을 교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권력분립원칙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언론에 의한 판결비판을 통해서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사법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근거 없는 추측성 언론보도나 정치권의 비난이다. 견제와 감시를 가장한 비난이 문제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여론몰이식 비난이 문제다. 비난은 감정적이지만 비판은 이성적이다. 비난은 자극적이지만 비판은 분석적이다. 비난은 즉흥적이지만 비판은 숙고적이다. 수십 회의 공판과정을 거쳐 내린 판결을 힐끗 한 번 보고 해대는 인상비평은 비난과 다를 바 없다. 해서는 안 될 비난과 허용되는 비판은 대략 이렇게 구분지울 수 있다. 법리와 근거에 바탕을 둔 비판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잣대로 난도질하여 비난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과 언론의 도 넘은 비난과 그렇게 형성된 여론의 풍향은 재판과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장되어야 할 것은 법원의 판결이나 그 법리적·이론적 근거, 재판 과정에 대한 학문적 혹은 논리적인 비판과 언론의 정당한 감시다. 판결이 증거와 법리에 의하듯 판결비평도 근거와 논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