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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 Too’와 言論司法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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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리면 한방에 훅'.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의 현재 상황이다. 이전에는 어땠기에 지금은 저런 말이 와 닿는 것일까. 파급력이 큰 언론의 힘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본다. 신뢰할 만한 언론매체에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는 불이익을 감수하니까 비로소 사회가 응답하기 시작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그 언론은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바 있으니 여론이 움직인 것이다. 이전에는 꿈적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권력이든 재력이든 힘 있는 자라면 언론은 외면하고, 수사기관은 왜곡하거나 축소하고 법원도 그에 발맞췄다.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성폭력 범죄의 수사와 재판이 젠더폭력의 피해자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피해자가 죽을힘을 다해 저항해야 강간죄가 인정되고,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발언이 호감 표시나 분위기 띄우기 정도로 여겨지면 성폭력을 드러낼 용기는 사라지게 된다. 가해자에게는 암묵적으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반면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심하지’, ‘왜 거부하지 않았어’, ‘고소는 왜 이제 해’ 등등 잘못된 성폭력 통념으로 2차 피해를 당하니 국가권력에 기댈 수 없었던 것이다.

    성추행 피해자인 검사조차도 언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암담한 현실을 그 조직의 일원인 검사도 경험했던 것이다. 아무리 조직내부에서 소리쳐도 돌아오는 것은 2차 가해와 불이익뿐, 가해자인 남성 상급검사는 별일 없었던 듯 살아남는 현실에서는 언론만이 진실의 최후 보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극단을 택하게 한 것이다. 언론이 움직인 여론으로 검찰이 적극성을 보이자 희망을 본 피해자들이 언론에 미투운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형사소추가 언론 주도 하에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론이 혐의사실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수사를 촉구하고 그 후에 수사가 착수되거나 수사에 진전이 있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언론에게 자신의 역할을 내준 꼴이니 가히 언론사법이라 부를 만하다.

    법치국가에서 범죄 피해자는 경찰서나 검찰청에 달려가 고소한다. 수사가 언론과 언론에 의해 촉발된 여론에 마지못해 끌려는 모습은 비정상이다. 그래서 더 이상 언론에 드러내어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성폭력 피해자가 받을 상처와 고통이 너무나 크다.

    검찰과 법원이 나서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과거처럼 남성중심이 아니라 피해자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법정형을 상향하고 걸리는 가해자만 본보기로 엄하게 처벌한다고 일상의 젠더폭력은 그치지 않는다. 권력질서의 상위에 있는 그 누구라도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하게 되면 발각되어 처벌되고, 아니면 어떤 형태의 불이익이라도 받는다는 확실성이 있어야 예방의 효과가 생긴다. 남성중심의 서열사회가 성평등 사회로 바뀌려면 인식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지만,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성폭력 수사와 재판의 불공정한 관행을 청산하고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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