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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나를 선임하지 마세요."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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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허리가 안 좋으셨다. 내가 중학생일 무렵 동네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셨을 때 의사는 디스크에 철심을 박는 대대적인 수술을 권했다. 무섭고 큰 수술이 될 거였다. 엄마는 수술을 결심하기에 앞서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보셨는데 그곳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의사는 함께 고쳐보자고 했고, 엄마는 그곳에서 오랜 기간 외래진료와 물리치료를 받으셨다. 그리고 괜찮아지셨다.

    엄마는 요즘도 처음 종합병원에서 권한 수술을 하지 않길 잘했다고 하신다. 침습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수술 말고 다른, 좀 더 우회적이고 오래 걸리지만 안전한 방법을 권한 대학병원 의사를 칭찬하시며 말이다. 엄마는 그 의사의 이름을 기억하신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나에게 좋은 의사란 수술 아닌 다른 것을 권하는 의사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끔 변호사를, 나를 선임하지 말라고 권한다.

    얼마 전 삼십대 초반의 의뢰인이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법원에서 송달받은 서류 뭉치가 들려있었다. 천만원 남짓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피고인 그는 무척이나 억울해했다. 의뢰인이 매니저로 근무한 영업장소에서 소란을 피운 한 남성이 의뢰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남성은 이미 그 날의 일로 업무방해의 유죄판결을 받은 후였다.

    남성은 소란을 피운 다음날 병원에서 2주짜리 진단서를 끊었고 5일간 입원했으며 1년간 한의원 치료를 받았다. 의뢰인이 보여준 소장에는 진단서와 입원비 영수증 등이 증거로 첨부되어 있었다.

    청구는 과다한 게 분명했다. 진단서가 증거로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법원은 적정한 손해배상액수를 판례와 내부 기준에 따라 사실상 기계적으로 인정할 것이다.

    나는 의뢰인을 돌려보냈다. 크게 염려하실 것도,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변호사 선임 보수는 부담이 되실 터이니 필요하다면 그때그때 상담만으로 충분하실 거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의뢰인은 다시 찾아왔고 나를 선임했다. 그리고 최근 백만원 남짓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문을 받았다. 난 좀 억울한데 의뢰인은 "항소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뢰인이 이자 때문에 하루 빨리 임의이행을 하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원고가 계좌번호를 알려주길 회피한다. 공탁을 알아봐야겠다.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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