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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난민 알아보기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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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방영된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에 ‘쉽볼렛(shibboleth)’이란 제목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쉽볼렛은 ‘시험해 보는 말’을 뜻하는데, 한 장수가 [sh] 발음이 되는지 시험하여 히브리 사람이 맞는지 확인했다는 구약성서 속 이야기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드라마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며 난민 신청을 하였는데 정부로부터 진짜 신자가 맞는지 의심받는 상황이 나온다. 주인공(대통령)은 지도자를 직접 만나 몇 가지 시험 질문을 던지는데 그 답변의 내용과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믿어주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진짜 난민인지 판단하는 일은 어려운 모양이다.

    연간 수천 건이 접수되는 난민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의 전문성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이다. 법원에는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도 채용되어 있고 통역과 번역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막상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되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체류 기간 연장 등을 위한 수단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가짜 난민’이 워낙 많은 데다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본인의 주장 말고는 ‘박해에 관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으니 간단히 기각하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도망치듯 고국을 떠난 ‘진짜 난민’일수록 자료가 없을 수밖에 없음을 잘 알기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짜 난민의 홍수에 진짜 난민이 휩쓸려가지 않게 하려면 열과 성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통역의 도움을 받아 본인 신문을 하면서 원고의 말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일관성은 있는지 확인해 간다. 외국인 얼굴은 다 똑같아 보이기 마련이지만, 인터넷에 올라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 속 주인공이 원고가 맞는지 두 눈 크게 뜨고 들여다본다. UN 난민기구나 외국 주재 우리나라 대사관에 사실조회를 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지난한 과정이지만 그 덕분에, 종교를 바꾼 소년이, 독재에 대항한 청년이 박해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니 다행이다. 힘들어도, 대부분 가짜여서 힘이 빠질 때가 있어도, 진짜 난민인지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거듭하는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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