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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불완전성Ⅱ-기억의 고집

    임형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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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정재승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책을 찾다가 지난 번 월요법창(기억의 불완전성) 챌린저호 일화가 정재승 교수의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라는 책에 실려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 일화를 다시 읽어보니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나이서 교수가 챌린저호 폭발사고 다음날 학생들을 불러 사고 당일 무얼 하고 있었는지를 적게 하고 2년 반 후 학생들을 다시 불러 사고 당일 행적을 물어 보았다. 학생들 중 설문지 내용과 비슷하게라도 말한 사람은 10%도 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실험결과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보여 줄 때 나왔다.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설문지를 보고도 그 설문지가 잘못 되었고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강변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객관적 증거가 제시되어도 자신의 ‘기억’이 더 맞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소환할 사실이 오래되고 반복된 것일수록, 그러한 기억에 대한 도전이 적을수록 그것을 확신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한다.

    문득 법조인으로서 연차가 쌓인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내가 경험한 것들이 반복되고 오래될수록, 그 경험이 다른 사람에 의해 도전 받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나의 기억이 맞다고 확신할 것 같아서다. TV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이 너무도 당당하게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의 뇌가 이렇다면 내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그 공유된 기억을 틈틈이 확인하는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배들이나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나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지속)'이라는 그림을 보면 나뭇가지 위에 흐물거리는 시계가 널려져 있다. 과거의 기억이 시간이 가는 걸 막지는 못하고 시간을 붙잡고 늘어져 있는 것 같다. 내 기억은 고집스럽게 내 시간을 붙잡고 늘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임형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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