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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개 빠진 여자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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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이 생각하는 상식과 전문가의 결론이 다른 경우가 꽤나 많다. 환자의 신체 부위에 손상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체 부위의 특성상 인체 기능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 환자에게 아무런 노동능력상실이 없다는 이유로 재산상 손해배상을 못해주는 경우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런 경우에 통상의 당사자들은 욕설 및 고성으로 판사와 상대방 및 그 변호사를 괴롭히게 마련인데, 필자가 담당하던 사건 중에 당사자 본인의 위트 넘친 기지로 피고 측이 제법 고액의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자진해서 주겠다고 하여 원만하게 조정된 사건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 사건에서 환자는 담낭에 담석이 있다고 해서 담낭을 일부 절제하였음에도 담석이 나오지 않자 소송을 제기한 후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신체감정을 촉탁하였다. 그런데 담낭 일부절제만으로는 신체기능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대학병원의 회신이 오는 바람에, 필자는 여성 환자분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배상만 가능할 것 같다는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성 환자 분이 차분한 목소리로 필자와 상대방 변호사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한 마디를 던졌다. “담낭은 쓸개 아닙니까?,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제가 담낭을 절제했다고 하니까 저 보고 쓸개 빠진 여자라고 엄청나게 놀립니다. 제 신체기능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손 치더라도 저는 온 동네방네 쓸개 빠진 여자로 소문나서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정말 엄청난 손해를 입었습니다.”

    의사 측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재산상 손해가 없기 때문에 소액의 위자료만 지급하겠다고 다투고 계시던 피고 측 변호사님은 '쓸개 빠진 여자'라는 환자 분의 엄청나게 위트 있는 공격에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 후 금세 자신의 실수를 깨우치고 환자 분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심과 동시에 쓸개 빠진 여자가 된 피해는 정말 엄청나게 큰 피해가 맞으니 자신이 피고 의사를 설득해서 원고가 만족할 만한 금액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실제로 원고 측이 만족할 만한 금액을 피고 측이 제시하면서 사건은 원만하게 조정이 되었다. 요즘도 법정에서 핏대를 세우는 당사자들을 보면 쓸개 빠진 여자 분의 재치 있는 위트가 떠오르면서 혼자 실없는 미소를 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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