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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쓴] 소설 '리셋'

    조광희 변호사 (법무법인 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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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이상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망이 도대체 무엇인지 해명하려고 시도해 볼 수는 있겠으나, 그 작업은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과 비평가의 몫으로 남겨두자. 다만 법률가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간혹 발견되고, 나 또한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실행은 한없이 연기되며, ‘내가 왜 꼭 그것을 써야 하지?’라는 자신에 대한 물음을 통해 정당화된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그렇게 차츰 희미해질 즈음에 문득 깨달았다. 내가 쓰지 못하는 이유는 바빠서도 아니고, 꼭 써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모르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2년 전쯤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 또는 내러티브에 대해 연구를 한 후, 이렇게 저렇게 주물럭거려 하나의 줄거리를 몇 페이지에 걸쳐 적어놓았다. 그것이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말할 값어치가 있는 것인지는, 스스로에 대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가 없어 판단이 어려웠다. 그래서 작업이 중단되었는데, 작년 여름에 지난 파일들을 살펴보다가 그 줄거리를 다시 발견했다.

    살펴본 결과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연말에 초고를 완성했으며, 여러 번 고쳐 쓴 끝에 지난 달에 출간했다.

    ‘리셋’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한국을 떠난 어느 변호사가 우연한 기회에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천신만고 끝에 해결하는 전형적인 장르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처음 소설을 쓰는 나로서는 도저히 본격문학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만이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즉,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오게끔 하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소신이나 정서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거나, 감정과잉이 되거나, 내가 가진 알량한 인생철학을 마치 대단한 통찰이라도 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절대 피하려고 했다.

    소설은 위험하다. 등장인물이 아니라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레이터가 그대로 발가벗겨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신이 얼마나 한심한 구석이 있는지,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지, 또는 유치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감쪽같이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저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책을 출간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바보라는 평가는 겨우 면한 것 같다. 내가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지 궁금한 동료법률가들에게 감히 이 책을 권한다.

     

    조광희 변호사 (법무법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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