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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한 감정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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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만 하면 무조건 보상금이 올라가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손실보상금 사건의 피고가 흔히 하는 이야기이다. 남의 땅을 쓰려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항상 객관적인 시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전문가에게 시가 감정을 맡기게 마련이다. 협의, 수용재결, 이의재결, 그리고 소송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 감정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매번, 보상금이 조금씩 증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사유가 딱 떨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보니 불신이 시작된다. 재판은 그저 보상금이 늘어나는 한 과정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토지의 모양이나 도로 접근성 등의 차이에 관한 감정인의 판단은 손실보상 소송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고로서는 기존 절차에서 이루어진 감정서를 대체할 만한 다른 증거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수십 필지 이상을 다루는 재결 감정과 비교하면 소수의 필지를 다루는 법원 감정은 보다 자세하기 마련인 데다가 선서의 의미가 더해지면 법원 감정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감정인의 자격과 지켜야 하는 기준은 법에 정해져 있고 그 판단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최종 금액 외에는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이는데 법원에서 기계적으로 채택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 소송이 그저 통과의례처럼 여겨지게 마련이다.

    좀 더 재판다운 모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감정을 채택하기 전에 기존 감정서의 어느 부분을 다투는지도 들어보고 정말 필요한지 판단해 보면 어떨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채택이 안 되는 경우도 나올 수 있고, 정당한 보상에 대한 우려도 생길 수 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은 보상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여전히 그런 인식이 유효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손실보상 법제를 고쳐서 풀어야 할 일이지 묘한 감정 관행으로 해결할 일은 아닐 듯하다. 행정법원의 재판이 ‘정당한 보상’을 탐구하는 장이 아니라 원고도 피고도 큰 관심 없는 보상금 증액의 도구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심스레 말씀드려 보았다.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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