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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의 밀도 인생의 밀도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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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첫 변호를 맡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정말 밀도 높은 소송이었던 것 같다. 피해자 오천퀵서비스 업체 대표는 주식회사 오천퀵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가 먼저 사용한 상호를 피고인이 동의도 얻지 않고 사용한 것을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상호를 무단도용한 결과 연 수익이 떨어진 것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기록을 보니 수익 증가율이 감소했을 뿐 실제 수익은 상승했다. 그리고 의뢰인은 자신이 원래 이 상호를 처음 사용하였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증인신문을 열심히 했는데, 사실은 피해자가 먼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패소가 짙어보였다. 그 때 전략을 바꿔 재판을 법리논쟁으로 전환했다. 오천퀵은 '오천원으로 퀵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뜻으로 보통명칭에 해당하므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호라고 주장했다. 증인신문과정에서 부적절한 신문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던 담당 판사님은 판결선고기일을 무려 3차례 연기한 끝에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 소송에서 보통명칭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 사건에서 패소판결된 법리 공방 중 상대방측이 제기한 보통명칭 법리를 속수무책으로 대응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사실관계가 소송 중 어긋나게 됐지만 이전의 실패가 후일의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밀도 높은 소송이었다.

    최근 출간된 한 권의 책은 소송의 밀도에 한걸음 나아가 인생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디지털 혁명기를 걸어가고 있는 인류에게 곧 팡게아시대의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가 곧 닥쳐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저자의 안내는 격변기를 맞이할 독자들에게 등대가 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에 친숙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 사고를 융합할 수 있는 사고력을 높이자고 제언하고 있다. 끊임없이 사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여 이를 기록에 남기는 이들은 급변하는 시대에서도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 책은 재판 중 수학법칙을 기록한 변호사 출신의 판사 페르마를 연상시키게 한다.

    묵묵히 인생의 밀도를 높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법조인에게 아직도 가야할 길이 기다리고 있다.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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