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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위치정보기록에 관한 미국 연방법원의 최신 판례 (카펜터 대 미국)

    김정균 해외통신원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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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은 이제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휴대폰의 위치는 곧 그 소유자의 위치와 동일시된다. 그런데 과연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나의 약 4달치 휴대폰 위치정보기록을 수색영장 없이 열람했다면, 이는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의 권리가 침해된 것일까?

    답은 “그렇다”라고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판결했다. 사건을 자세히 알아보자.

    미 연방 수사기관인 FBI는 미시간 디트로이트에 있는 전자용품 전문점(Radio Shack 및 T-Mobile 등)에서 발생한 일련의 강도(robbery)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유력한 용의자들 중 한 명을 검거했다. 이 용의자는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협조를 목적으로 다른 공범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경찰에게 제공했다. 경찰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이 사건의 피고인인 카펜터의 약 4달치 휴대폰 위치정보기록을 확인했고, 이 기록은 추후 그의 강도죄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결국 재판에서 배심원은 카펜터의 유죄 평결 및 116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카펜터의 변호인은 이 과정에서 카펜터의 위치 정보가 영장 없이 열람됨으로써 헌법상에 명시된 사생활 보호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지만 하급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카펜터는 상급심인 제 6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Sixth Circuit)에 항소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에 불복한 카펜터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때부터는 부 법무차관(Deputy Solicitor General)이 검사 측을 대리했고, 미국 자유인권협회(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변호사가 카펜터를 대리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심리가 받아들여졌고, 2017년 11월 29일에 진행된 구두변론에서는 9명의 대법관과 양측의 대리인들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구두 변론이 있은 후 약 6개월간의 숙고 끝에 연방대법원은 이후 2018년 6월 22일 판결문을 발표하였다. 결과는 카펜터의 승리였다.

    즉, 수색영장 없이 개인의 휴대폰 위치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수정헌법 4조에 명시된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주된 논지는 기존 판례인 미국 대 존슨(United States v. Johnson)과 이 사건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예전에 존슨 사건 판결문을 통해 “수사기관이 개인의 ‘실시간 GPS’ 정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수색영장이 필요하다”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카펜터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휴대폰 위치정보기록’이 ‘실시간 GPS 정보’보다 더 중요한 개인 정보라고 판단했다.

    이에 덧붙여 연방대법원은 정부 측 주장 및 소수 반대 의견에 대한 반론을 제시했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휴대폰 사용자들은 위치 정보를 통신 회사에게 자발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는 개인 정보가 아니라 회사 측 소유의 데이터이며 사생활에 관한 정보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해서 “휴대폰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는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선택에 의해 통신사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는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자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더불어 “휴대폰 위치정보 추적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판단했다. 예전에 연방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로 “적외선 감지 장치를 이용한 주거지 감시 활동은 사생활 침해이기 때문에 수색영장이 필요하다”라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Kyllo v. United States).

    마지막으로 연방대법원은 해당 판결이 잠재적으로 첨단 수사 기법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동시에 기존 연방법원 판례인 스미스 대 메릴랜드(Smith v. Maryland)와 미국 대 밀러(United States v. Miller)의 판결은 그대로 존속된다고 하였다. 전자는 수사기관이 수색영장 없이도 특정 휴대폰 번호와 연관된 발신번호 기록(pen register)을 열람할 수 있다고 했으며, 후자에서는 은행이 소유한 개인의 금융정보를 영장 없이 열람 가능하다고 판결했었다.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수사 기관의 입증 책임이 높아진 셈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된 중요한(relevant and material) 증거가 발견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reasonable grounds)’만 있으면 법원 명령(court order)을 통해 휴대폰 위치 기록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던 반면, 이제는 일반 수색영장(search warrant) 입증 기준과 ‘동일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증거(probable cause)’가 있어야 해당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이는 구속영장(arrest warrant) 심사 기준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인 관점에서는 미국 수사기관의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기존 법원 명령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수사관의 진술서(affidavit)가 있어야 했는데, 입증 책임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상당한 증거’기준은 매우 낮은 편이라 수사단계에서 수집된 제한된 증거만으로도 수색영장을 발급받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검사 입장에서는 영장신청서 작성에 있어서 ‘단순히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고 서술하기보다는, 열람하고자 하는 휴대폰 위치정보기록이 특정 범죄 혐의와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 우리는 단순히 휴대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 기기를 몸에 부착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즉,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이다. 이러한 기기들을 사용하면 본인도 모르게 위치 정보를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송하게 되는데, 법원이 나날이 새로워지는 전자기기와 수사 기술 발달에 대해 앞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정균 해외통신원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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