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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 셧다운의 필요성

    김대현 고법판사(서울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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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터면 사고 날 수 있었다는 핀잔을 듣고 나서야 닳아빠진 타이어를 교체했다. 안전을 위해 수시로 차를 점검해야 하는데도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몸 관리도 매한가지다. 누구나 일 못지않게 쉼과 휴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홀가분하게 여름휴가를 즐기는 분이나 즐기게 하는 분은 흔치 않아 보인다. 수년 전이긴 하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판사가 평균 6.9일의 연가를 썼고, 일 년에 사흘 이하만 쉰 판사도 18%나 되었다고 한다. 우편송달을 도맡아 하는 집배원은 이보다 더하다. 재작년 평균 휴가 사용일이 고작 2.7일이라고 한다. 모두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면서도 남의 재충전 시간에는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교사들의 방학을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다는데, 그중에는 “방학도 하기 전 담임 교사가 카톡 프사에 멋진 여행을 기다리더라, 폭염에 아이들은 학원으로, 독서실로 쉴 틈이 없는데 굳이 그렇게 티를 내야 하느냐”라는 푸념도 있었다. 이처럼 쉼과 휴식을 가지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불편한 시선까지 존재한다. 하지만 이젠 바뀌어야 한다. 물론 불가마같은 사무실에서 밤늦게까지 기록과 씨름하며 느끼는 보람도 크지만, 삶의 소소한 기쁨은 아무래도 평상 위에 둘러앉아 시원한 수박을 갈라먹던 한가로움에서 쉬이 찾지 않았던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는 현명한 판단을 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고, 그게 쌓이면 병까지 얻어 결국에는 모든 일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늘 막연하게 '쉬어야지'라고 맘만 먹어봐야 내일도 달라질 게 없다. 강제 셧다운이 필요하다. 휴식에도 원리가 있다는데, 잘 쉬어야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 경청해 볼 일이다. ‘혼자 쉬고 싶다'를 쓴 니콜레 슈테른은 진정한 휴식은 퇴근 후 소파에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에서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 마음의 다스림에 있다고 한다. 당장 이를 위해 매일 혼자만의 산책 시간을 실행하기로 다짐해 본다. 돌보미 할머니의 갑작스런 여행 덕분에 강제로 얻은 이번 여름 호캉스는 내겐 뜻밖의 호사였다. 삶에서 조급함을 버리는 건 아직 멀지만, 푹 쉬며 제법 버린 게 있으니 다시 채우면 된다. 


    김대현 고법판사(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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