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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휴일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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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회색 다리를 건넌다.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릿지, 줄여서 ‘베이 브릿지’는 중간에 보물섬(Treasure Island)을 정거장처럼 두고 있다. 섬을 지나 시야가 트이면 다리 건너 저편에 잿빛 하늘이 은은한 안개로 뒤덮인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많은 영화와 음악의 테마로 사용된 도시의 정경은 깔끔하고 정돈되었으며 동시에 자유로웠다. 마침 일요일 오전, 마라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얇은 소재의 운동복 차림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여름 추위를 견디기 위해 어깨에 은빛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마크 트웨인은 “내가 보낸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여름이었다”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7월 마지막 일요일은 꽤 쌀쌀해서 나는 피셔맨스 와프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긴팔의 후드 면티를 사야했다.

    스콧 멕켄지(Scott McKenzie)는 그 유명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에서 1960년대 ‘꽃의 아이들’로 불린 히피의 집회(love-in)를 노래한다. 세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곤 하지만, 꽃은 평화와 반전을 상징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나는 어른이 겨눈 총구에 꽃을 꽂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한다.

    피셔맨스 와프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게요리를 먹었다. 탐스런 선홍빛으로 잘 익혀진 큼직한 게는 속살이 꽉 차있었다. 샌프란시스코 만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창가에 앉아 단단한 껍질 속 게살을 발라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보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고 푸짐했다. 식도락을 즐기는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한 가지 더, 크루즈를 타고 금문교 코앞까지 다가가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 만을 양옆에 두고 해협을 도보 횡단할 것을 추천한다. 교량 동쪽에는 보행자들을 위한 인도가 있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강한 바람과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적빛 철제 빔들의 질서와 향연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불과 일주일 전 휴일이 꿈처럼 아득하다. 나는 지금 본고 마감시한을 맞추기 위해 혼자 사무실에 나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기억하고 싶다. 모든 여유 없을 날들에 그날의 평화를.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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