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어 라이어'의 주인공 플레쳐 변호사는 아들이 생일파티 때“아빠가 거짓말 하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자 재판에서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 결말은 정직한 변론으로 승소하게 되고 가족간 화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 혹은 수사 중 거짓말을 할 때는 언제일까. 보이는 증거가 없을 때가 아닐까. 형사 피고인이 자백할 때보다 범죄사실을 부인할 때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법은 거짓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을 속여 처분행위를 하게 하면 사기죄로 형벌을 받게 된다. 소송을 통해 법원을 기망하면 역시 범죄자가 된다. 재판정에서 증인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그런데 유독 피고인 본인의 거짓말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고소인이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으로 재판에 회부된 일을 본 바있다.
그는 논밭에서 술을 먹고 일을 하다 고용주로부터 폭행을 당해 큰 상처를 입었다. 피해를 변상해주지 않은 고용주를 고소했지만 고소인 조사에서 횡설수설하고 술을 마신 주량에 대해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역공격을 당해 무고죄로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아뿔사. CCTV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무죄를 밝힐 쏘냐. 수사기관은 사건당시 고용주의 편에 선 목격자의 진술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그를 증언대에 불러 세워 신문해보았다. 그리고 피고인이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을 뿐 자신은 폭행한바 없다던 고용주도 집요하게 사건당시를 재현하도록 했다. 그들 둘은 고소인이 넘어진 장소와 넘어진 후 발생한 일들을 상반되게 진술했다. 노련한 담당판사님도 궁금한 사항을 신문해 본 결과 두 사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은 무죄였다.
이처럼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이 종종 이용되기도 한다. 밝혀지지 않는 사실, 확인할 수 없는 사실, 증거가 없는 사실은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유리하게 하고 싶은 욕망을 누구나 갖기 마련이다. 정직의 대명사 링컨은 변론 중 늘 정직했을까. 그가 정직한 변론을 했으리라 기대해보지만 의뢰인의 총잡이의 역할을 하기위해 거짓말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을 듯하다. 정치인으로서 흑인노예해방을 외쳤던 그가 변호사 시절 흑인소유주를 변호한 사실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정직한 법조인 링컨, 임동진 역). 그런데 변호사의 거짓말은 불가피한 선택일까, 소송중 기술적 선택일까. 함께 고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