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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인의 像, 달콤 씁쓸한 그것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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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과 상담을 했다. 자기소개서 출력본을 수줍게 내미는 모습에서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해 뭉클했다. 지원을 앞두고 잠을 잘 수도 제대로 먹을 수도 없다는 푸념을 하는 그들의 자기소개서에는 지금까지의 삶을 어떻게든 ‘법’으로 녹여내고자 하는 의지만큼이나 법조인의 삶에 대한 달콤한 기대가 충만했다.


    반면 수험생들은 어렵다는 법조시장에 관한 소문과 추락한 법조인의 위상,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실망에 대해서도 토로하며 진로를 불안해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조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강팍한 현실의 무거운 그림자가 그들에게도 이미 드리워져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그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수험생들에게 해 준 조언은 ‘수년 후의 법조인으로서의 자신을 하나의 ‘상(像)’으로 그리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었다.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만이 마주할 수 있는 뚜렷한 상(像)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까지 있다면 더욱 좋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법조인의 상(像)은 단지 입시에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는 물론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다.

    그러나 나는 돌아오는 길에 무척 혼란스러워졌다. 길지 않은 연차에 정신없이 달려오는 동안 내가 마주했던 그 모습을 되짚어 본 기억조차 희미했다. 수년 전 마주했던 그 사람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도 모호한 채로 예비 법조인들에게 영감을 주기는커녕 씁쓸한 잔상만을 남긴 것만 같았다. 실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올해 법학적성시험에는 역대 최다 인원이 응시했다. 법조시장의 어두운 전망에 더해 사법부를 둘러싼 충격적인 보도가 이어지는 날들 속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이 묵묵히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비롯한 선배 법조인들에게 법조인의 길을 묻고 그간의 경험을 궁금해 하고 있다. 이러한 때 나도 나의 미래의 상(像)을 새롭게 다시 그려보려 한다. 이제는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달콤하지만 씁쓸한 이 길을 함께 걷자고 손을 내밀기 위해서. 다시는 얼굴을 붉히고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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