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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은 불완전한 인공지능과 지능 없는 도구를 구분하지 않는다

    김기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석)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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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AI 스타트업과 변호사가 동업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리걸테크의 발전은 언젠가 법률사무처리 방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리걸테크 산업 발전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그럼에도 위 변호사법 개정안은 체계상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변호사 업무를 돕는 골무·컴퓨터·로앤비 등을 ‘지능 없는 도구’라고 해보자. 알파고의 판단은 인간 중 최고의 바둑기사가 검증하여도 확률상 더 개선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대법관이 검증하여도 개선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판단 타당성이 높아진 리걸테크를 로앤비 같은 지능 없는 도구와는 질적으로 다른 ‘완전한 인공지능’이라고 해보자.

    수학의 4색 정리는 모든 경우의 수를 슈퍼컴퓨터로 계산하여 반례가 없는 참임을 증명하였다. 알파고는 정책망·가치망으로 승률을 고려하여 경우의 수를 줄였다. 하지만 경우의 수 및 승률의 고저는 수학적·정량적인 것이다. 이렇듯 리걸테크도 정량적 분야는 발전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률사무 중 정량적·정성적·정치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혼재된 분야의 경우, 상당한 시일이 지나도 불완전한 인공지능에 머물 것이다. 불완전한 인공지능은 법조인의 최종판단이 요구되며, 이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어플리케이션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인간의 프로그래밍에서 오류를 찾으며, 컴퓨터를 분해해 보는 사람은 없다. 컴퓨터가 인간의 실수 없이 오류를 산출할 리가 없다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리걸테크가 ‘완전한 인공지능’ 수준이 되는 때, 리걸테크의 법 적용이 법 감정과 맞지 않는 경우, 국회는 리걸테크의 판단을 의심하는게 아니라 입법기관의 업무 오류를 비판하게 될 것이다. 리걸테크 검사의 기소와 구형은 정확하므로 행정부의 일방적 처분은 사법부에 의해 수정될 필요가 없는 진리가 될 것이다. 사인 간의 분쟁은 리걸테크가 내린 결론을 확인하여 본 후 합의로 종결될 것이다. 소송은 사라질 것이며, 입법에 대한 정치적·법기술적 분쟁만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사무의 정성적·정치적 측면을 고려하면, 이런 일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지능 없는 도구인줄 알았던 로앤비가, 사실은 불완전한 인공지능인 알파로앤비였거나, 마법에 의해 작동하는 매직로앤비였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알파로앤비는 혁명적이며, 매직로앤비는 그 이상이다. 그러나 법은 도구의 내재적 원리나 기발성을 투시하지 않는다. 법은 불완전한 인공지능과 지능 없는 도구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없는 도구라는 측면, 질적 동일성만 포착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로앤비와 알파로앤비를 질적으로 다르게 보는 듯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불합리하다.

    더 나아가 변호사 제도의 철학적 기초로 돌아가보면, 상인과 변호사법간 동업을 허용하는 개정안은 변호사법의 취지에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변호사법은 제1조, 제2조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선언적 규정을 두고 있다.

    변호사제도가 생긴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변호사제도의 취지는 잊혀졌다.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다’라는 판례에 실소를 흘린 경험을 가진 법조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취지에는 ‘변호사는 민간에서 양성되어야 한다’는 변호사법의 목적을 환기하는 요소가 있었으나, 주목 받지는 못했다.

    사법시험은 모든 법조인을 국가기관 공무원 신분으로 보수를 지급하며 교육했다. 국가의 모든 변호사는 은퇴한 판·검사들이었다. 이는 일본제국이 변호사제도의 근대적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정한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법조인 전반에 국가조직에 대한 부채의식·소속감을 심을 가능성이 있어 변호사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과 한국에서 계속되었다.

    국가기관의 부적정한 행위를 언제나 국가기관에 속한 전문가가 수정하도록 한다면 모든 권한·권위·지식이 국가기관에 집중될 수 있다. 중세국가는 부패한 국가기관을 법에 따라 견제할 권위와 지식을 가진 민간 세력이 없었다. 변호사가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이 아닌 것은 변호사 업무가 상인적 성격의 서비스업이어서가 아니다. 국가기관을 적대하는 집단이 민간에 있어야 국가기관과 민간간의 능력과 권위의 균형이 맞는다는 근대국가의 의도에 따라 설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잊혀졌거나 관심이 없으나, 이 부분이 ‘공공성을 가진 법률전문직’이라는 표현이나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다’라는 판례에 녹아 있다.

    지금의 변호사가 상인과 무엇이 다르냐는 실소어린 비판은 일견 일리있다. 경찰이 범죄조직에 정보요원을 보냈더니 본분을 잊고 범죄조직에 동화되었다는 픽션처럼, 변호사가 국가기관에 속해서는 공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고 보아 근대국가가 변호사라는 공공성의 첩자를 민간에 보낸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제 변호사들 스스로도 왜 상인과 비슷한 모습으로 업무를 했던 것인지도 잊은 채 상인과 동화되어 버린 것이 작금의 변호사제도이다.

    그럼에도 당위성의 관점에서 볼 때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다’는 판례조차도 변경하여야 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판례보다 상위규범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법을 개정하여 변호사와 상인의 동업을 허용할 당위성이 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다른 국가에서 리걸테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한 발 늦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설득력 있다. 하지만 의료계도 의사와 동업을 못하여 제약회사·의료기기업체의 산업 경쟁력이 저하되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리걸테크 회사는 변호사들과의 계약을 통하여 이익을 얻음으로써 동업 없이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법 개정을 통한 변호사와의 동업 허용과 같이 체계와 맞지 않는 방식이 아니라, 정교하고 합리적인 리걸테크 산업 발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 글은 리걸테크가 필요없다거나 리걸테크 활성화를 거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의 의견이 아니며, 리걸테크 발전과 활성화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김기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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