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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여행기] 제자들과 정동진 축산항 여행 - 김인현 교수

    영덕대게의 원산지… 블루로드 트래킹코스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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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의 일이다. 선장을 마친 나는 고려대 법대를 택해 채이식 교수님을 지도 교수로 모시고 박사과정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서먹서먹했다. 선생님은 학기를 마치고 학생들과 불쑥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취미를 가지고 계셨다. 나는 여러 차례 선생님과 이러한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생님과 연구실 실원들과 친분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연구실에 제자들이 늘어나면서 학생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졌다. 나는 동해안 축산항을 여행지로 택했다. 

     

    7번국도 따라 해안 산책… 잘안알려진 '美港'

    행정수도 세종시와 같은 위도상에… '新정동진'


    축산항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항이다. 무엇보다 영덕 대게의 원산지라는 상품성이 있다. 아기자기한 역사이야기들이 함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7번 국도를 따라가는 동해안 바닷가를 블루 로드로 만들어 40킬로미터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를 만들었는데 그 중심에 축산항이 있다. 특히 블루로드 다리가 아름답다.

    최근 축산항은 신정동진(新正東津)으로 별칭이 붙었다. 정동진은 광화문의 정동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한 다음 위도를 보니 축산항이 우연히도 세종시와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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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 10일. 제자들과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포항역에서 내려서 봉고차를 빌려 다니기로 했다. 서울역에서 직통 KTX가 개설되어 편리하다. 영덕을 지나 영해로 가기 전에 도곡이라는 곳이 나온다. 도곡은 임진왜란 시 경주 부윤을 지낸 무의공 박의장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도곡에서 오른쪽으로 5분정도 빠져나가면 아담한 포구가 나온다. 축산항은 영해부에 속하였었다. 일본에서 왜구가 동해안으로 쳐들어 올 때에는 축산항의 죽도산(竹島山)에 상륙을 하였다가 육지로 본격적으로 올라왔다. 그래서, 축산항은 군사적 요충지였고 만호(萬戶)가 설치되었었다. 지금도 축산성의 외곽을 볼 수 있다. 봉화불을 올린 봉화산도 축산항 북쪽에 있다.

     

    이웃 동네 원조 대게마을 차유에서 '대게 파티'

    1마리에 3만원 이하로 싸게 먹을 수 있어 푸짐

     

    축산항의 바로 옆 동네인 원조 대게마을 차유(경정 2동)라는 곳에서 대게 파티를 했다. 3월 중순은 대게먹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제법 괜찮은 대게 한 마리도 3만원 이하로 먹을 수 있다. 제자들은 모두 맛있게 먹는다. 소주 한잔이 입을 감미롭게 해주었다. 축산항의 우리 집에서 일행은 10명이 방을 나누어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제자들을 깨워서 죽도산 등대로 올라갔다. 찬란한 동해의 일출을 보기 위하여서다. 제법 또렷한 일출을 보자, 제자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산을 내려오면서 조선소에 들러서 선박의 구조와 원시적인 슬립 웨이에 대한 설명을 제자들에게 해주었다. 해상법 연구실에 합당한 견학인 셈이었다.

    축산항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가서 모닝커피를 하기로 했다. 계란 노란자를 띄운 쌍화차를 주문했다. 각종 한약재를 넣어서 먹음직스럽다.

     

    죽도산 등대에 올라 동해의 찬란한 일출 구경

    옛날식 다방서 먹은 '계란 띄운 쌍화차'도 별미


    아침식사를 한 다음, 우리는 40분 차를 몰고 백암온천으로 가서 유황천에 목욕을 했다. 울진 사람과 영덕 사람에게는 2000원씩 할인을 해주는 관행이 있는데, 영덕에서 왔다고 했더니 할인을 해준다. 유황천이라서 피부가 미끌미끌해졌다. 온천을 한 다음 10분 거리에 있는 월송정으로 제자들을 데리고 갔다. 월송정은 송강 정철이 말한 관동팔경의 마지막 경이다.

    철책이 철거된 다음이라서 모래사장까지 진입이 가능하였다. 제자들은 흰백색의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조화롭게 색상을 만들어낸 자연풍경에 넋이 나간 듯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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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으로 가는 길에 영해를 지나게 되었다. 영해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영덕, 청송, 영양을 관할하는 부사(府使)가 있던 곳이다. 고려말 이색 선생의 외가로서, 숙종시대 남인의 거두인 재령이씨 갈암 이현일 선생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퇴계 이황의 학맥의 일부가 김성일-장흥효-이현일로 이어져왔다. 갈암은 장흥효의 외손자이다. 삼보컴퓨터 회장 이용태 박사와 소설가 이문열이 그 후손이다. 구한말 의병장 신돌석 장군도 영해사람이다. 일제는 1914년 영해군을 폐군하고 영덕군에 속하게 하여 도호부였던 영해는 그 후 존재감이 현격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백암온천, 관동팔경의 마지막 景인 월송정 찾아

    은백색 모래사장에 푸른 파도 넘실… '환상적'

     

    1994년 첫 연구실 여행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채이식 교수님이 백암온천을 가신다고 하시기에 “저의 고향인 영해에 가까운 곳입니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반색을 하시면서 “영해라는 곳이 있는가?”하고 물으셨다. 선생님의 선대 조상님께서 영해부사를 하였다는 기록이 족보에 나오는데 영해라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찾고 있다고 하셨다. 여행중 영덕군지를 찾아보니 채지연 부사님이 1660년대 영해부사를 지내신 기록이 나왔던 것이다. 채 교수님은 오랜 숙제를 해결한 듯 기뻐하셨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제자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이 눈에 선하다. 여행을 통해서 연구실 식구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가고 학맥도 두터워진다.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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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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