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월요법창

    본직제출주의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47763.jpg

    필자가 법무사시험에 합격하고 연수를 받던 때였다.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사무소를 열어주고 매월 500만원을 통장에 꼽아 주는 조건을 제시해왔다. 개업할 사무소 위치를 물었더니 청주라고 했다. 그래서 울산에서 청주까지 출퇴근이 힘들다고 했더니 출근은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


    개업한 이후에는 사무장들이 거래처를 들고 들어오겠다고 제안해왔다. 비율제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있고, 고정급을 받고 일에 관여치 않는 조건도 있었다. 지금은 직접 업무를 보고 있지만 동료들은 나이가 들면 세가지 옵션 중 하나는 택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보낸다.

    지난 9월, 울산경찰청은 710여 차례에 걸쳐 대리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간호조무사와 이를 방조한 의사를 보건범죄단속법위반 및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간호조무사는 의사보다 실력이 뛰어났고 그 실력을 믿은 의사는 수술실 밖에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우리도 비슷한 처지다. 본직보다 기량이 뛰어난 사무원에게 업무를 전담시키고 본직은 병풍 뒤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요양병원에 있어도 업무에는 지장이 없고 심지어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는 동안도 업무는 계속된다. 관 뚜껑이 닫히기 직전까지 수입이 보장되는 것이다.

    법무사가 변호사보다 더 나은 자격사인 이유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제출사무원제도로 등기소출석까지 면제되었으니 명의대여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혹자는 본인확인제도가 이러한 명의대여 근절의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하나 옥상옥이고 감시할 수 없다.

    우리는 왜 본직제출주의에는 침묵하는가. 광역등기국의 출범과 전자등기 정착으로 분산제출의 어려움이 해소된 마당에 더 이상 명의대여의 온상인 제출사무원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음에도 본인확인제도로만 우회하는 것은 노후대비를 위한 마지막 카드는 남겨두고 싶은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본직제출주의야 말로 명의대여를 불능에 이르게 할 최적의 처방이다. 변호사도 법정에 사무장을 대신 출석시키지는 않지 않는가.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