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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신앙에 의해 탄생한 인공신, 법관

    김기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석)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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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농단 사태가 문제되고 있다. 인간은 행복을 원한다. 인간 법관이 부패행위로 느끼는 행복이 불행보다 크기에 사법농단이 발생했다. 기술력이 발전한 외계문명은 행복을 원하지 않으므로 절대 부패하지 않는 인공지능이 재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능한 현재의 인공지능보다는, 부패할 수 있으나 유능한 인간 법관의 신뢰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인간 법관의 부패를 막기 위한 나름의 해결책을 생각해보았다.


    전 근대인들은 인간은 불완전하고 신은 완전하다고 보았다. 인간은 악하거나 무지할 수 있으므로 법을 만들고 해석할 능력이 없었다. 신은 법을 만드는 입법부이자 재판을 하는 사법부였다. 행정부는 군주이자 인간이었다. 전 근대인들은 인간의 능력을 믿을 수 없으므로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대인들은 민주주의에 따른 인간들의 다수결의 합리성을 믿고 직접 법을 입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의 해석을 악하거나 무지한 인간의 다수결에 맡긴다면, 입법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인간들은 입법부에서 신을 몰아냈으나, 사법부에는 신을 필요로 했다. 현대 국가 구성원들은 추상적 정의관념이 옳다는 법성적 믿음으로 정의의 인공신인 법관을 탄생시켰다. 인간이 정치적으로 신을 선출하지 않았고 그 능력으로 인하여 신이 되었듯, 법관은 선출되지 않으며 능력으로 인공신이 된다. 현대사회의 성직자인 법조인은 현대사회의 인공신인 법관이 사용하는 법의 언어로 소통한다. 성직자가 신의 언어로 신의 법과 인간을 연결시키듯, 법조인은 법의 언어로 인공신과 인간을 연결시킨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흉내낸다. 인공신인 법관은 절대선·전지전능한 신을 흉내낸다. 법치국가는 정의의 신에 대한 신앙을 강요한다. 정의의 신의 불신자인 범죄자들은 그 법성모독적 위법행위의 대가로 세속화된 연옥인 교정기관에 구금된다. 정의의 신은 최고의 선·지식·지혜를 가지므로 인간의 악하거나 무지한 다수결보다도 옳다. 공무원, 대통령, 국회의원의 부패는 인간의 부패일 뿐이며 제도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 그러나 최고위 법관의 부패는 정의의 신의 부패이다. 사법농단은 다른 부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의 통치구조는 부패한 정의의 신을 견제할 충분한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의 통치구조는 신을 흉내내는 최선의 방법으로 법관을 선발·양성하고 있을까? 국가는 고도의 자력과 무력에 의한 절대적 강제집행력을 가진다. 법관의 판결은 공권력의 행사를 허용하므로 법관은 과거의 신 못지 않게 전능하다. 그렇다면 신의 절대선·전지적 측면을 흉내내기 위하여 어떠한 법관 선발방식이 고려될 수 있을까. 전지전능하며 동시에 선한 신과 달리, 극도로 지적인 인간은 탐욕적·야망적·경쟁적인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극도의 지식을 가진 인간이 동시에 극도로 지혜롭기 어렵다. 극도로 지혜로운 인간이 극도의 지식을 가지기도 어렵다. 이에 유치·조잡한 제안일지 모르나, 법관을 지식의 행정법관·지혜의 입법법관·선함의 사법법관의 3가지로 나누는 나름의 방안을 상상해 보았다.

    행정법관은 사법부의 법조인이다. 이들은 사회구성원 중 최고의 지식을 가진 집단이다. 뛰어난 법학수험능력은 독해력·이해력·논리력·사고능력·처리능력·성실성·집중력 등을 표상한다. 이들은 사법부가 방대한 지식, 현실적 유능함을 가지고 정의의 신의 언어인 법의 언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원칙을 가지고 있음을 담보한다. 행정법관은 사법부의 주류·다수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입법법관은 사법부의 학자이다. 이들은 사회구성원 중 최고의 지혜를 가진 집단이다. 뛰어난 법학연구능력은 비판적 사고력·법철학적 사고력·정교한 이익형량 능력·입법의도·정책적 판단·체계적 해석 역량 등을 표상한다. 이들은 철학적·논리적·실질적 사고능력을 징표한다. 인간의 모임인 입법부가 만든 불완전한 법을 행정법관이 법의 언어로 합리적·체계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한다. 이들은 행정법관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법법관은 사법부의 감시자이다. 이들은 사회구성원 중 최고의 선함을 가진 집단이다. 이들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부패할 필요가 없고 부패할 수도 없고 부패하기를 원하지 않는 인간이다. 이들은 사법부의 법성적·추상적·비현실적 정의를 상징한다. 사법법관은 최종감시자이며, 내부고발자이며, 사법부의 중립성·공정성의 화신이다. 사회가 다수결에 의하지 않고 능력에 따라 신의 역할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대가로서 존재하는 ‘신으로 지정된 인간’이다. 최고지식의 행정법관과 최고지혜의 입법법관은 정의의 신의 전지적 측면을 흉내낸다. 사법법관은 신의 절대선의 측면을 흉내낸다.

    사법법관은 부패하기를 원하지 않는 선하고 이타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이 연기가 아님을 보증하기 위하여 사법법관의 처우는 명예로우나 고되어야 한다. 사법법관은 부패할 필요가 없어야 하므로 큰 보수가 주어져야 한다. 사법법관은 부패할 수 없어야 하므로 타인을 위해 재산을 사용하거나 투자할 수 없어야 한다. 부패할 가능성이 있는 행동은 감시되어야 한다.

    인간 문명은 5천여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근대 법치국가는 길게 보아도 400년도 되지 않았다. 근대적 합리주의는 신성성을 비웃었으며, 통치구조에 남아있어야 할 성스러운 측면까지 제거했다. 법관은 신이나 성직자가 아닌 인간일 뿐인 것으로 여겨졌다. 통치구조의 다른 모든 요소처럼 사법부 역시 세속화되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인간 법관들은 쉽사리 부패하지 않았으나, 부패할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험이 현실로 되어 이번 사법농단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선하며 지식과 지혜를 가진 소수 법관의 결정이, 악하거나 무능한 다수 인간의 다수결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법치신앙이 사회를 지배하는 이상, 법관은 인간으로 남지 못한다. 유능한 인공지능과 지능의 질적 차이를 구분할 수 없듯, 유능한 인공신과 신의 질적 차이도 구분할 수 없다. 법관이 뛰어날 뿐인 인간에 불과하다는 세속적 관념을 유지하는 이상, 사법농단은 언젠가 또 발생하지 않을까.


    김기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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