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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만원짜리 가방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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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눈에 봐도 약해 보이고 키 작은 아주머니가 상담을 하러 왔다. 선천적 척추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셨고 그 탓에 지금까지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살아 오셨다고 한다. 화장품 외판일로 지금까지 간신히 먹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늘 생활비 부족으로 시달리니 카드도 쓰고 대출을 받아서 간신히 생활을 하면서 근근이 채무를 갚아 오다 약한 몸에 장애도 있고 이제 60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약해진 체력에 오래 일을 하지 못하니 대출금 및 카드 이자가 불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한다.


    필자는 몇 가지 질문 뒤 해결방법을 안내하면서 한 동안은 카드나 대출은 힘들다는 안내를 하던 중 아주머니는 어렵게 이야기 하기를 "법무사님 저 백화점에서 가방 하나 사고 싶어요…"라고 했다.

    '명품 가방을 사려나?'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평생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 본적이 없었고 20만원짜리 봐둔 가방이 있는데 그 가방을 하나 사고 싶다는 것이다.

    세일을 해서 20만원이라는 것과 색깔 모양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평생 몇 만원짜리 가방을 사서 메고 다녔는데 싸서 그런지 무거운 화장품을 넣어 다니니 가방끈이 몇 번이나 떨어져 가방이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예쁜 가방을 오랫동안 쓰고 다니고 싶다고 했다.

    회생이나 파산의 절차가 들어가면 카드를 더 이상 쓰게 될 수 없을 것이고 자신의 앞으로의 수입으로는 다시는 20만원짜리 가방 하나 못살 것이라 생각했는지 어렵게 말을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20만원짜리 가방 하나 못사는 자신의 삶이 가여웠는지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눈가에 많은 주름과 가여워 보이는 체격과 눈물로 그동안 살아 오셨던 고단했던 인생이 절로 느껴지는 듯하여 필자도 순간 울컥했다. 가방은 필자가 선물로 드리겠다며 다독거리고 사건도 진행했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는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에는 더더욱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건에 대한 이해는 사안에 대한 기계적인 분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려 공감까지 더해져야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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