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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를 인정한 사례

    김수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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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가정법원 2018. 10. 30. 선고 2018르31218, 2018르31287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



    1. 사건의 개요
    가. 2018르31218 사건의 경우

    A(남)와 B(여)는 1996. 4. 3.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고, B는 A와 혼인기간 중인 1997. 1. 5. C를 출산하였다. A는 1997. 1. 27. 자신과 B 사이의 친자(親子)로서 C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性)과 본(本)에 따라 신고하였다. 그런데 A의 의뢰로 1998. 3. 실시된 유전자형 검사에서 C가 A의 친자(親子)가 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1998. 9. 4. B와 이혼하였고, 이후 C와 서로 교류 없이 지내다가, 2004. 8. 23. D(여)와 혼인하였다. 한편 C는 2008. 8. 법원의 심판에 따라 그 성(性)과 본(本)을 변경하였다. 이후 D(원고)는 A와 C(공동피고)를 상대로 둘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나. 2018르31287 사건의 경우

    A(여)와 B(남)는 1993. 5. 18.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다. A는 B와의 혼인기간 중인 1997. 8. 22. C를 출산하였고, 1997. 9. 9. 자신과 B사이의 친자(親子)로 C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다. A와 B는 2001. 9. 11. 협의이혼을 했는데, A는 협의이혼 당시 C의 친권자로 지정되었고, 이혼 이후 줄곧 C를 양육하였다. 그런데 C의 친부(親父)인 D가 2002. 1. 10. C를 X(1996. 7. 20.생)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친자(親子)로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C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이중으로 편재되었다. C는 위와 같이 이중으로 출생신고가 된 이후 대내외적으로 X라는 이름으로 생활하였고, 현재까지 B와의 교류는 전혀 없다. 이후 A(원고)는 전남편인 B와 C(공동피고)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에서 이루어진 혈액 및 유전자 감정촉탁 결과 B와 C는 유전학적으로 자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2. 법원의 판단

    대상 판결은 동서(同棲)의 결여 등으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을지라도, ①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고, ② 부(父)와 자(子)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으며, ③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을 통해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상 판결의 검토

    가. 민법 제844조 제1항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대법원 1968. 2. 27. 선고 67므34 판결, 대법원 1974. 7. 22. 선고 75다65 판결 등)은 처음에는 위 규정에 따라 친생자의 추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일방이 민법 제846조, 제847조가 규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하고, 친생부인의 소의 방법이 아닌 민법 제865조 소정의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의 방법에 의하여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소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나. 이에 따라 대법원은 처음에는 예외 없이 친생자추정의 규정을 적용하였으나,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 규정의 적용을 다소 완화하였고, ‘민법 제844조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同棲)의 결여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다. 또한 대법원(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므1892 판결)은 최근 유전자검사에서 부자간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사건에서, ‘민법 제844조에 의한 친생자 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妻)가 혼인 중에 포태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子)가 부(父)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추정을 번복하기 위하여는 부부의 일방이 민법 제846조, 제847조에서 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하고, 이러한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민법 제865조에서 정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에 의하여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라는 이유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각하 판결을 내림으로써,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하였습니다.

    라.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의하면,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도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다면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위 규정의 제정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의 검사가 비교적 간단하여 부부의 내밀한 사적 비밀을 침해하지 않고도 혈연관계의 유무의 확인이 매우 용이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 또한 매우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결론은 일반인의 법 감정과도 배치된다고 할 것입니다.

    마. 이런 상황에서 대상 판결은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었고, 부(父)와 자(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까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혈연진실주의에 부합하게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은, 이를 통해 지켜야 할 별다른 법익은 존재하지 않는 반면, 그로 인해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라는 이유로 친생자 추정이 배제되는 예외사유를 보다 넓게 인정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바. 즉 제844조와 제846조의 규정취지가 ‘혈연진실주의 뿐만 아니라 가정의 평화도 보호하고, 나아가 조속한 부자관계의 확정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실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양육되고자 하는 자의 복리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규정의 존립기반이 사라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 이처럼 대상 판결은 동서(同棲)의 결여 등 처(妻)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었고, 부(父)와 자(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을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자들에 대한 보호를 도모한 판결이라고 평가됩니다.

    아. 나아가 친생부인의 소는 부(夫) 또는 처(妻)만이 제기할 수 있으나, 대상 판결에 의할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子)도 민법 제865조에 근거하여 스스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4. 입법적 해결방안의 필요성

    친생자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1958. 2. 22. 구 민법의 제정 당시에는 부성(父性, paternity)의 정확한 감별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앞서 본 것처럼 현재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혈액형 또는 유전자형의 배치에 대한 검사를 통해 혈연관계의 유무를 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이 해석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과학·의학의 기술적 발전에 발맞춘 입법적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수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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