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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재판연구보고서 유출 vs 판결문 공개

    최광석 변호사 (법무법인 득아)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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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 변호사의 무단유출행위를 계기로 대법원 재판연구보고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보고서에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개요와 문제된 법리, 관련된 법령과 기존 대법원 판례의 체계는 물론, 외국 입법례와 판례 동향, 심지어는 기존 대법원 판례이론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점, 정책적인 대안 등이 망라되어 분석된다. 법원 내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선발하여 수십 년 간의 연구를 거듭하다보니 점차 풍부해지고 견고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 때문에, 유출될 경우 자칫 해당 판결에 대한 불신은 물론 기존 판례의 틀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어, 대법원에서는 외부유출이 절대 금지되는 기밀자료로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대법원 내부에서조차도 연구보고서의 열람과 출력은 전산상으로 확인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음은 물론, 대법관이나 대법원 연구관 이외 일반 판사들조차 열람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시스템과는 달리 그동안의 대법원 내부 실상은 전혀 딴판이었다. 퇴임 대법관들에 대해 규정에도 없는 완전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법관 퇴직 후 퇴임 선물로 연구보고서 전체를 파일카피해서 전달하는 것이 지난 수십 년 간의 관행이었다. 과거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재직한 사람들이라면 이 관행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명백한 잘못이지만 부당한 권위에 억눌려 누구 하나 이런 관행을 지적하지 않고 묵인해왔다. 심지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일부 재판연구관들도 티나지 않는 적당한(?) 정도의 자료를 유출해왔는데, 유해용 변호사는 다소 지나친 정도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대법원 근무경력이 있는 극소수 법조인이 아니면 연구보고서 실물조차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보니, 법조계에서도 연구보고서 무단유출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유해용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논리처럼 연구보고서 외부유출행위가 범죄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대법원 내부규정위반이고 심각한 반칙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금과옥조와 같은 법리연구가 담겨진 이런 연구보고서로 변론하는 변호사는 그야말로 엄청난 무기를 손에 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엄청난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렵지만, 대법관들의 수임 건수를 고려할 때 최소 수십억원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사건의 법리해석과 변론의 질을 크게 차이 나게 할 수 있는 엄청난 자료인 셈이다. 차원이 다른 무기의 싸움이다보니 이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 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이들은 훨씬 우월할 수 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대법원 사건 수임 쏠림 현상도 그와 무관치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 다른 출발선 등의 비난을 듣기에 마땅하다.

    그동안 갖은 이유로 공적 자료인 판결문 공개에 그토록 인색했던 대법원 태도와 너무 대비되지 않을 수 없다. 프라이버시 운운하면서 법원 외부에 대해서는 그토록 엄격했지만, 정작 내부 핵심 구성원들은 기밀 정보조차 너무 쉽게 유출해왔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의 실상에 대해 법원은 성의 있는 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함과 아울러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사법부 핵심 인력들에 의해 오랫동안 자행된 잘못이라는 이유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만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면 재발방지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일 형태의 유출이라 적절치는 않겠지만 유출된 자료를 회수하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재발방지의사를 피력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변협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한다. 유해용 변호사의 보고서 유출과 영장기각 문제에 대해 변협은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대다수 변호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법원 핵심출신 변호사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변호사 업계 차원에서 보자면 심각한 직업윤리 위반일 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로펌들이 연구보고서를 보유한 이들 변호사를 거액의 보수로 영입하여 로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이런 대형로펌이 우리 변협 내부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한 변협의 방관과 침묵은 변협 대다수인 일반 변호사들에 대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보고서 외부 유출문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엄격하게 기밀로 분류되는 자료를, 담당했던 직무와 관련 없는 것까지 대량으로 유출하는 등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단순한 법원 내부규정 위반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의 소지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사법거래, 사법농단이라는 검찰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고 하여 법원과 적당한 타협으로 대충 마무리하는 선에서 종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광석 변호사 (법무법인 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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