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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여행기] 베를린 방랑기 - 김민정 변호사

    노트북 배경화면 채웠던 브란덴부르크門 마주하곤 '울컥'

    김민정 변호사 (서울지방경찰청)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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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1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국력을 과시하고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하여 새로 건립한 브란덴부르크 문 전경. 독일 분단시기 베를린 장벽의 검문소 역할을 하게 되어 냉전과 독일 분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나, 1989년 이후에는 통일의 상징이 되었다.

     

     갈까말까. 갈까말까. 제대로 된 사회인인 되면 가겠다고 꿈꿔온 베를린. 그 기간이 10년이 넘었다. 막상 변호사 일을 시작하니 일이 재미있어서 휴가를 쓰기가 싫었다.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까 말까 망설이며 10년 넘게 꿈꿔 온 여행지 

    통일법정책연구회 활동 하면서 독일통일에 관심 


    2018년 7월 14일 낮처럼 환한 밤에 베를린 체크포인트 찰리 인근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구입한 베를린 웰컴 카드와 박물관 패스권의 박물관 목록을 분석하고 베를린에서의 4일을 위한 최적의 동선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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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베를린 포츠담 광장 한켠에 세워진 통일정 앞에 선 들떠 있는 필자인 김민정(변호시시험 5회·서울지방경찰청) 변호사. 통일정은 2015년 한국문화원에서 창덕궁 낙선재 상량정을 재현하여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건립하였으며, 그 옆에 실제 베를린 장벽 3구를 구입 하여 배치하였다(사진 위). 나치에 의해 학살된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2005년에 건립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2711개의 높이가 각기 다른 사각 기둥들 사이를 걸으면 관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그리고 여기에서 못빠져 나갈 것 같은 공포가 든다(아래).

     15일 첫날, 첫 코스는 숙소 근처 달리 미술관이었다. 입장권을 판매하던 한국인 유학생은 혼자 베를린에 와서 미술관부터 방문한 나보고 멋지다고 감탄했다. ‘베를린에 유학 온 당신이 더 멋진데.’ 베를린에 오고 싶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청년 변호사 단체인 통일법정책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폭발한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나는 베를린 장벽이 있던 곳에 세워진 통일정으로 향했다. 독일 통일 25주년, 한국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한국문화원에서 2015년 건립한 통일정은 주변과는 덜 어우러지는 느낌은 있지만,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세상에 알리기엔 흥미로운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차 대전의 참혹함과 독일 통일의 역사를 지독하리만큼 보존하고 있는 도시, 베를린 여행이 본격 시작되었다. 수험생활 수 년 동안 내 노트북 화면을 채웠던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향했다. 분단 시절 동·서베를린 경계였던 이 문은 독일 통일 관련 영상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장소이다. 브란덴부르크 문의 승리의 여신이 나보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말하는 듯해서 울컥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벽 사이 희생자 고통 생각

    슈프레 강가 '눈물의 궁전'에선 이산가족 슬픔을 


    나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벽 사이를 오가며 희생자의 고통을 생각하고, 슈프레 강가를 걷다 발견한 눈물의 궁전에서 이산가족의 슬픔을 느끼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빌리브란트 기념관에서 위대한 지도자의 역할을 생각했다. 진지해질 뻔한 이날은 2018 월드컵 결승전 날이어서 거리응원이 한창이었다. 크로아티아를 이긴 프랑스가 우승컵을 차지했음에도 베를린은 밤늦게까지 온 거리가 축제였다.   


    16일 둘째 날,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 베를린 지하세계를 방문 했다. 핵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지하 시민 대피소와 대공포탑 요새 벙커 탐험 2개를 신청했다. 4시간여를 햇빛 한줄기 볼 수 없는 벙커 속에서 전쟁의 목적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청명한 초 여름날의 눈부신 바람을 맞으며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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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 건축된 의사당은 나치당 과격분자에 의해 불타고, 2차 대전 연합군의 공습으로 심하게 파손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리로 만든 중앙 돔이 신비롭게 빛나는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이다. 독수리모양 문장이 있는 연방의회 본회의장은 정말 독일스럽게 단촐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독일 연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옥상으로 올라가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참혹한 파괴의 시절을 지나 통합의 시대로 역동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베를린이 참 부러웠다. 의사당에서 기념품으로 준 손 바닥만한 독일헌법 전문 수첩을 받아들고 나는 우리나라를 생각했다. 

     

    핵전쟁 대비한 지하 벙커엔 전쟁 참혹함 절절이

    연방의회 옥상서 본 통합의 시대 베를린 역동적

    국립회화관 18개 방 허겁지겁 다니느라 발에 물집


    전승기념탑에 올라 한숨 돌리고, 겨우 찾아갔으나 공사 중인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를 지나, 베를린문화포럼 국립 회화관으로 향했다. 르네상스에서 18세기 말까지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카라바조 등 교과서에 나오는 진품들이 넘쳐났다. 문 닫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18개의 큰 방을 허겁지겁 구경하느라 발에 물집이 올라왔다.

    18일 넷째 날. 드디어 박물관 섬에 갔다. 관광객이 젤 많다는 페라가몬 박물관에 문 열기 40분 전부터 줄을 서고 기다린 덕에 1등으로 입장했다. 푸른빛으로 압도하는 바빌론 왕궁의 이슈타르의 문을 지나자, 고대 로마, 그리스, 이슬람 건축과 미술품들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욕심을 버리고 19~20세기 회화와 조각품을 전시한 구 국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세잔, 르누아르, 모네, 마네, 멘첼, 클림트의 작품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마침 ‘방랑벽(Wanderlust) 기획전’이 전시 중이었다. 오랫동안 좋아해온 Gustave Courbet의, 그것도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진품을 보니 연예인을 본 것처럼 심장이 펄떡거렸다. 


    페라가몬 박물관 문 열기 40분전 줄서 1등 입장

    로마·그리스 건축물과 세잔·르누아르 등 명작 즐비

    '안녕하세요 쿠르베씨' 진품 앞에선 심장 '펄떡펄떡'


    그때도 지금도 나는 미래가 불안하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맞는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Caspar David Friedrich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는 나에게 혼돈의 세상에서 주저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Jens Ferdinand Willumsen의 “산을 오르는 여인”은 강인하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외쳤다. 나는 주저하고 있느니 일단 한 발을 유쾌하게 내딛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에 작은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로 다짐했다. 나는 베를린을 떠나 평화의 상징 드레스덴과 극도로 화려한 프라하를 지나며,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더 신나게 일하고 싶어서 가슴이 간질거렸다.

     


    김민정 변호사 (서울지방경찰청·변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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