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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소장 일본주의와 재판의 공정을 생각한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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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공소장 일본주의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다.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에서 하겠지만 형사사건에서 불필요하게 공소장이 길어지고 법원에 대해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내용들이 기재되고 있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되고 있는 것은 예사로이 넘길 문제는 아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법원이 예단을 갖게 할 서류나 기타 물건 등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되며,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피고인의 행위를 기재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소사실이 범죄유형별로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었고, 통상 주어(主語)인 ‘피고인은’ 으로부터 시작하여 결구(結句)인 ‘것이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문장으로 작성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소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2006년 4월 증거분리제출제도가 시행되고 검찰도 새로운 작성례에 따라 공소사실을 기재하면서 공소사실을 여러 문장으로 나누어 기재하였고, 공소사실이 종래에 비하여 길어지면서 비정형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검사에 따라 공소사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그 완성도나 문장력, 어휘의 구사에 있어서도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하여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되는 범죄사실은 이전에 비하여 훨씬 장황하고 수사기관의 주관적 주장이 나열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공소사실보다는 완화하여 생각해서인지 또는 구속영장을 꼭 발부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증거에 의한 뒷받침 없이 수사기관의 일방적 해석의견을 붙여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공소장에 구속영장의 첨부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하는 범죄사실이 그대로 재판부에 제출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공소사실을 어떻게 기재하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판부에 예단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공소장 일본주의가 실현하고자 하는 ‘재판의 공정’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재판부에 미리 유죄의 예단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는 ‘재판의 공정’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에 불필요하게 범죄사실과 관련없는 전과사실을 기재하거나 범죄의 동기를 장황하게 설시하는 등 공소사실 자체에서 유죄의 심증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은 오히려 재판의 공정을 훼손하여 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단순히 공소사실의 작성방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에 법원과 검찰 모두 공소장 일본주의가 ‘재판의 공정’ 가치의 실현에 직결되는 제도임을 인식하고, 그 운영에 보다 엄격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공소사실을 몇 줄 삭선하였다고 재판의 공정이 확보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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