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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독주회

    김정연 교수 (인천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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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유일의 입시중학교가 예술학교인 덕분에 약간의 박자치인 내 장래희망은 피아니스트로 정해졌다. 물론 체육학교라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을 것이고, 요리학교였으면 장 조지가 되었을 것이다. 월등한 필기 성적 덕에 합격이야 했지만, 연습선생님-중간선생님-큰선생님의 렛슨의 사슬, 연습의 쳇바퀴, 잘해봐야 중간인 실기 등수, 방학마다의 캠프, 학기마다 돌아오는 향상 음악회 모두 싫었다. 손가락을 돌리고 악상을 외워서 미스 없이 치는 것이 연주의 전부 인 줄 알았고, 달리 더 가르쳐 주는 스승도 없었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꿈이었으므로 쉽게 접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피아노를 치고 있다. 이번 계절의 레파토리는 라벨의 ‘물의 희롱’과 ‘소나티네’이다. 가디언지의 편집장을 지낸 앨런 러스브리저는 1년간 하루 20분씩 연습을 목표로 쇼팽의 발라드 1번에 도전한 이야기를 책으로 썼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친다(“다시 피아노·Play it again”). 주말에는 친구인 스승으로부터 악상기호와 손가락번호가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소리’를 내는 것이 피아노를 치는 이유라는 것을 배운다. 물론 연습을 걸러 건반을 반만 치거나 박자가 휘청거리면 혼쭐이 나는 것은 여전하다.

    피아노는 무엇보다 지루함을 견디는 법을 알려주었다. 막대자로 손등을 맞아가면서라도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바를 정자 긋기를 반복하지 않으면 넘길 수 없는 고비가 있다는 것을 아주 어려서 배웠다. 연습 때보다 연주 때 더 잘 치게 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더불어. 야구단에서 일하는 동생은 허구한 날 야구가 인생이고 또 인생이 야구라고 우기지만, 홈런 한방에 뒤집어지는 인생이 어디에 있나. 10개 구단 리그에서 어느 한 팀이 26년간 우승 근처에도 못 가본 것, 인생이 그런 것이라면 억울해서 또 어떻게 사나. 피아노는 훨씬 밋밋하고 하염없다. 눈높이산수보다 바이엘을 먼저 익힌 지 삼십오년이 지나서도 다 떨어진 하농 (도미파솔라솔파미 레파솔라시라솔파 맞다) 책을 열고 손가락을 푸는 것, 그러니까 아주 긴 도돌이표 같이 말이다.


    김정연 교수 (인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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