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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생활]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사랑과 살인편)'

    2012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6개 상 휩쓴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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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지 배꼽 빠지게 웃긴 뮤지컬이었다. 사실 희극과 비극 중에서 어느 쪽인지 고른다면 비극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비극은 묵직한 슬픔과 진한 감정이 마음 밑바닥을 훑고 지나가고 나면 카타르시스 때문에 후련한데, 희극은 볼 때에는 신나게 즐겼으면서도 나올 땐 왠지 감성을 얄팍하게만 자극받고 온 것 같아 본전생각이 났다. 그런데 이 공연은 보는 동안 너무 웃고 또 웃어서 옆자리 관객한테 민망할 정도였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문득문득 생각나는 몇 장면 때문에 혼자 키득거리기도 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로이 호니먼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범죄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하는 블랙코미디 뮤지컬로, 2012년 미국 하트퍼드 스테이지에서 초연되어 브로드웨이에서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4대 뮤지컬 어워즈라 불리는 ‘토니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외부 비평가 협회상’, ‘드라마 리그상’ 모두에서 총 16개의 상을 수상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초연하면서 올해 초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2018 아시아 컬쳐 어워드’에서 작품상과 남자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공연 보는 동안

    옆자리 관객에게 민망할 정도로 

    웃고 또 웃어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의 친구인 미스 슁글로부터 어머니가 부유한 명문가 다이스퀴스가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백작 후계 순위 8순위인 몬티는 어찌어찌 하다 자기보다 순위가 앞선 다른 후계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관람평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귀족가의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는 과정이 정말 너무나 웃기고 유쾌하다. 이 뮤지컬에서 관전의 포인트는 몬티 외에 다이스퀴스가의 사람들 9명을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이다. 여자, 남자, 청년부터 노인까지 성별과 나이, 성격이 다른 무려 9명을… 방금까지 무대 중앙에 있던 배우가 스크린 뒤로 사라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옆에서 다른 인물이 되어 걸어 나온다. 한 10초 만에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바꾸고 숨을 헉헉 거리며 나타나 다른 걸음걸이, 다른 말투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를 보는 게 정말 재미진데, 이런 퀵체인지가 무려 한 15번 정도나 반복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능하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귀족, 모두가 주님의 뜻이라면서 위선을 떠는 성직자, 비리와 가식의 아이콘이지만 어떤 오지에서도 살아 돌아오는 서바이벌의 명수 자선사업가, 아버지의 재력을 믿고 오만하고 방탕하게 사는 은행장의 아들 등등 여러 다이스퀴스가의 사람들이 다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라 한 배우가 연기하는 닮은 듯 다른 인물들을 보는 것이 재밌으면서도 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다른 인물로 연기해주고 있는 배우가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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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양의 대사와 가사가 두다다다 쏟아지는데도 배우들 딕션이 좋아서인지, 음향이 좋았던 건지 귀에 쏙쏙 들어왔고, 빠른 전개 속에서 슥 지나가는 풍자와 유머를 한 마디라도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보는 내내 초긴장 완전 집중을 해야 했다. 넘버들은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편인데, 선율이 단순하면서도 신나는 넘버가 많아 기억에 많이 남았다. 다이스퀴스가의 현 백작인 애들버트 백작이 부르는 ‘왜 가난하고 그래~’나, 피비와 시벨라가 부르는 ‘결혼할 거야 그대랑~’ 같은 곡들은 계속 귀에 맴돈다. 


    반복되는 살인과 사고 얘기지만 즐겁게 웃을 수 있었던 건 이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부유층의 오만과 위선, 욕심을 풍자하면서 스토리 밑에 권선징악의 교훈을 깔아두었기 때문에 아닌가 싶다. 마침내 백작이 된 몬티 앞에 나타난 새로운 후계자 천시 다이스퀴스를 보면 몬티의 미래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이윤정 교수 (강원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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