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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배상의 경제학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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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피고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도 입증하여야 한다. 더욱이 구체적인 손해액까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어떤 경우에는 선행사건에서 불법행위 사실,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 간 인과관계까지 확정판단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구체적인 손해액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 전부 또는 일부 패소 판결이 선고되기도 한다. 


    엄격한 입증부담의 원칙에 따른다면 피해자인 원고가 구체적 손해액까지 입증하는 것이 논리적이라 할 것이지만, 실무를 하고 있는 법률가 입장에서는 불법행위가 있고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까지 인정된 상태에서도 구체적인 손해액 입증을 원고에게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실질적 형평과 정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구체적인 액수를 입증하지 못한 것은 이론상 원고 측 책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손해가 없다"는 결론과 마찬가지인 판단은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선행판결로 불법행위가 확정된 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가 보관하고 있음이 객관적으로 추정되고 손해액 입증을 위해 필요한 자료’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하자, 피고가 대상 자료를 분실하였거나 찾지 못하겠다고 발뺌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만약 재판부가 그에 따른 실질적 불이익을 부담시키겠다고 했다면 그래도 피고가 그러한 항변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6년 개정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제202조 아래에 제202조의2를 신설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해 말경 이 조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을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는데(법률신문 2018.12.10.자 기사), 향후 이와 같은 판결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공정한 사회', '준법사회'가 정착하려면 적어도 불법행위 손해가 온전하고 신속하게 회복이 되어야 하는데, 불법행위 소송에서 그러한 구제를 충분히 기대할 수 없다면 ‘불법행위는 이익’이라는 경제적 유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손해라는 인식이 정착된다면 불법행위의 유인은 더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민법 개정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수 년 전부터 개별특별입법에 의해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신설되고 이의 적극적 활용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대법원은 ‘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승인 여부’에 관하여 다소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이 실정법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차 불법행위의 경제적 유인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서 적용될 것을 기대해본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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