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랑 절에 갔다. 완전히 엎드린 채, 전신을 바닥에 바싹 붙여 절하는 오체투지를 하길래, 시범을 보여 가며 한국식 절하는 법을 가르쳤다. 부처님(佛), 그의 가르침(法), 스님(僧)을 생각하며 삼배(三拜)를 한다는 의미도 알려 주었다.
다음 날 변론하러 갔다. 법정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반배(半拜), 변호인석에 앉기 전 반배, 재판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배, 법정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반배하는 습관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항상 법정을 드나들면서 사배(四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에 대하여 한 번,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하여 한 번, 헌법 제103조가 규정하는 법관에 대하여 한 번, 당해 사건 재판부에 대하여 한 번. 이렇게 존중과 경의를 담아 사배(四拜)를 하는 것으로 의미부여를 하기로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법원이 시끄럽다. 그 와중에 판사 개인의 과거 이력을 언급하며 판결 결과에 불복하는 금도를 넘은 언행을 보게 된다. ‘P이면 Q이다’로 시작하는 논리학의 기본법칙에 반하는 망상(妄想)을 정치권 일부에서 퍼트리고 있다.
법원은 판결로만 말한다. 망언(妄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 이제는 다들 판사 개인의 히스토리(history)를 찾으러 다닐까 걱정이다. 퇴근 후의 판사는 자녀 양육, 교육 문제, 집값문제에 고민하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법복(法服) 속 자연인의 역사를 뒤져서 판결에 불복하기 시작하면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대가 머지않을 것이다.
물론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렇다고 넘어가는 사법부의 기둥을 판사들만 붙들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우리 모두가 안 넘어가게 꽉 붙들어 주어야 한다.
징계사유가 있으면 징계하고, 범죄가 성립되면 처벌하며, 탄핵사유가 있으면 탄핵하면 된다. 기피사유가 있으면 미리 미리 기피신청하고, 나중에 나온 판결에 불복하면 상소하면 된다.
빈대만 잡자. 초가삼간이 다 타고 있다. 남의 일이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있겠지만, 법원은 남의 집이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모두의 집이다.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