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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에 근거한 운영진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법리 판단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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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지법 2019.1.31. 선고 2018고정191 판결 -

     

     

    1. 들어가면서

    현재 많은 사람들이 SNS 단체 채팅방을 이용하여 상호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SNS는 단체 가입을 하는 경우 운영진에서 채팅방의 질서 유지를 위해 공지사항을 정해 놓고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특히 단체 채팅방의 경우 소위 ‘강퇴’를 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공지사항에 일정 조건을 위반하면 ‘퇴장’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퇴장’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본 판례는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을 어긴 사람에 대하여 운영진이 ‘퇴장’을 요구하였으나 응하지 않자 부가적으로 정해 놓은 ‘사진’과 ‘신상공개’를 한 경우 과연 이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처벌될 것인지에 대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

     

     

    2. 사건의 개요

    홍보 도우미들의 일거리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약 500여명의 프리랜스 도우미와 매니저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 운영진은 채팅방 질서 유지를 위해 운영진 공지사항을 가입자들에게 알렸다.

     

    “실명공개, 경력 2년이상, 펑크나 불미스런 일에 대한 책임으로 퇴장 원칙, 이에 더해 개인정보, 사진 공유 등”을 공지(1차), “펑크는 무조건 퇴장... 무개념한 행동,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시는 분들 이유 불문 퇴장 및 문제가 생겼을 시 단방에 공개하는 걸 동의함을 원칙으로 함”(2차), “불미스러운 일, 펑크 등의 제보가 들어올 경우 단톡방 탈퇴가 원칙이며, 펑크시 사진과 신상공개가 되니 이점 양지해 주시고요”(3차)를 통해 펑크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장을 하지 아니하면 신상이 공개된다는 점을 공지글 형식을 빌어 알렸다.

     

     

    3. 사건의 경과

    단체 채팅방의 가입자 A가 물의를 일으키자 운영진은 2017년 10월 25일 단체 채팅방에서 나갈 것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다시 개인톡으로 채팅방에서 퇴장 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다시 2017년 10월 27일에 최종적으로 2017년 10월 27일까지 채팅방에서 나가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그럼에도 가입자 A가 나가지 아니하자 2017년 10월 28일 11:49경 가입자 A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였다. 이에 검사는 운영진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4. 법원의 판단

    법원은 공지사항은 채팅방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채팅방에 있는 사람을 강제로 탈퇴시킬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또한 피해자 행동(퇴장을 종용하자 피해자는 이러한 ‘룰’이 어디 있느냐는 반응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달라’, ‘수일 안에 스스로 나가겠다’는 반응을 보임)을 살펴보면 피해자도 채팅방의 규정을 알고 이에 묵시적으로 동의하면서 활동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개인정보 공개는 그 정보주체인 피해자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령 달리 보더라고 피고인의 개인정보 공개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5. 판례의 해설

    본 판례는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에 근거한 운영진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법리 판단” 으로 향후 많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 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공지글에 대한 정당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지의 글이 가입자에게 심히 불공정한 규정이라면 그 자체로 당연 무효로 구속력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지의 글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법익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단체 채팅방 질서유지를 위해 일정한 ‘규칙’은 필요하며, ‘규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퇴장’이라는 것을 담보하기 위한 일정한 ‘페널티’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본 사건 ‘공지글’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강퇴’의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관련 업종의 단톡방이 아닌 가입자가 있는 그 단톡방에서만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나름 적정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퇴장’을 담보하기 위한 페널티는 채팅방의 질서유지 목적의 관점에서 엄격한 법익의 균형성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개인정보공개와 질서유지라는 법익 중 질서유지가 월등히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 

     

    설사 질서유지가 월등히 높은 법익이라 할 지라도 개인정보를 공개할 때, 피해의 최소성의 관점에서 사진,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향후 파장을 고려한다면 공지글이 정당성이 가질 수 있는 요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본 판결에서는 피해자가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 없다는 점에서 묵시적 동의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살폈다. 여기에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 ‘수일 안에 스스로 나가겠다’는 피해자의 말을 고려되었다.

     

    그러나 과연 진정으로 피해자가 개인의 신상공개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했을까? 논리측과 경험칙에 의하면 동의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운영진을 개인정보보호위반으로 고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진이 피해자 승낙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즉 본 사안은 단순히 묵시적 동의 혹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위법성 조각사유 전제사실의 착오’(오상 승낙) 사례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법원은 승낙의 존재에 대한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 위법성 조각여부를 논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학설 중 ‘법효과제한적책임설’에 따라 책임고의 탈락에 의한 무죄를 인정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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