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7월 군에 입대했다. 신병교육대 입소 첫날 조교들의 삼엄한 감독 아래 총을 수령했다. 건네받은 총은 무겁고 묵직했다. 달리 특별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훈련이 시작되었다. 훈련은 수월했고 체력적으로도 견딜 만했다. 다만 훈련 내내 총을 휴대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팔과 어깨가 뻐근했다.
걸리적거리기만 하던 총이었으나 제 몫을 할 날이 왔다. 사격 훈련 날이 된 것이다. 동기들은 실탄을 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설렌 우리 조 동기들과 함께 사격장으로 향했다. 사격장이 다가올수록 선행 조의 사격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사격장 앞 공터에 도착했을 때 그 소리는 굉음으로 발전해 있었다. 가까이서 듣게 된 총소리에 나도, 다른 훈련병들도 모두 놀랐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그곳에서 사람 죽이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훈련 내내 들고 있던 총은 무게만 나가는 쇳덩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들이 적을, 그러나 결국은 ‘사람’을 살상하기 위하여 건네받은 무기였다. 우리들은 그것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중이었다.
뒤이어 양심이나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이 떠올랐다. 법서에서 막연하게 접했던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살상 기술을 배우고 있는 상황에 잠시 슬퍼할 뿐이었지만, 나와 다른 신념을 지닌 누군가는 그의 신념이나 종교 때문에 그 상황을 결코 감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격장에서 잠깐 상념에 잠기긴 했으나, 훈련에 열심히 참여했다. 그리고 이후 배치된 부대에서도 충실하게 근무했다. 군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내가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다고 해서, 나와 신념이 다른 그 누군가에게 입영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군복무에 성실히 임했던 것은 내 신념의 발로였을 뿐이며, 나와 다른 그 누군가는 그날 내가 사격장에서 느꼈던 비감(悲感)에서 더 나아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하여 자신의 인격이 파멸되고 말 것이라고 절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절감하는 그 무엇을 단지 내가, 그리고 우리들이 느끼지 못한다고 하여 그의 양심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