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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 결정을 계기로 권력분립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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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전면 금지한 현행 형법규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관 3인이 단순위헌 의견을, 4인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놓음에 따라 헌법불합치가 최종결론이 되었다. 2012년 합헌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에 결론이 바뀐 것이다. 과연 7년 만에 헌법합치에서 불합치로 바뀌는 것이 타당하냐의 문제는 차치하고, 이미 다수 국민이 결론변경을 예상했기 때문인지 그 결정에 대한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형법의 무조건적 처벌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는 견해가 많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낙태 문제는 여러 문명국에서 수십년간 논쟁거리였다. 1973년에 미국이 주요국 중에서는 최초로 Roe v. Wade 판결에서 낙태허용 판결을 하면서, 임신기간 3분론을 내놓았고, 그 후 많은 나라들이 입법 등을 통해 약간의 낙태허용 지침을 마련했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항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옹호하는 세력도 단단해서, 비록 많은 국가가 어느 정도 낙태를 허용하지만 그 구체적인 기준은 제각각이다. 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에 확실히 우선한다고 본 임신기간은 초기 3분의 1뿐이다. 이 판결을 미국의 진보진영에서 대체로 환영했지만, 종교적 입장에서 절대 반대하는 보수진영을 제외하더라도, 중도 진영에서조차도 이 판결에 대해서는 선고 직후부터 권력분립과 관련한 비판이 많았다. 한국의 언론이나 법조인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는 점이 중도진영의 그 비난 이유이고, 한국 사회는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근본적인 문제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그 사회의 '가치판단'을 행한 데 있다고 헌법이론가들은 말한다. 그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어떤 가치판단 하의 기준을 정할 것인지는 국민이 선출한 의회에서 정하는 것이지, 국민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을 사법부가 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는 자신의 의견을 봉쇄당하는 소수자가 있는지를 절차적 측면에서 감독하여 시정하는 기구이지, 한 사회의 가치판단의 결정체인 법률을 제정하는 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구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헌법재판소도, 이와 같은 헌법이론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전까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무게를 둔 입법을 할 수 있다'고만 판시했다. 즉 확정적으로 언제까지 자유 낙태를 할 수 있다고 정해준 것이 아니라, 22주를 데드라인으로 해서 입법부에게 맡기는 판시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판시는, 과연 사법부가 22주라는 기준을 정해 줄 수 있는지에 관한 더 자세한 이유설명 하에서 나왔어야 한다. 또한 3인의 단순위헌 의견은, 14주까지는 여성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사법부 결정의 한계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헌재 결정이 타당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과연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더 예민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법부 역할의 한계 문제는, 앞으로 첨예한 위헌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반복해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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