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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하는 고민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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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몇 달 동안 쉬었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TV 드라마를 보고 인터넷을 하면서 빈둥거렸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가끔 생각했다. 일단 변호사 업은 아니어야 했다. 다툼의 한가운데 서서 소리치고 싶지 않았다. 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돈은 풍부히 벌고 싶었다. 카페 창업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맛나는 커피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하면 손님들이 몰릴 것 같았다. 맛카페와 멋카페가 곳곳에 널렸지만, 내가 차리면 유독 잘 될 것만 같았다. 시스템에 의해 카페는 굴러갈 것이고, 난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창밖을 구경하면 될 것이다. 부동산 거래 앱 개발도 괜찮아 보였다. 부동산 불패이니 부동산 거래부터 이사, 청소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앱을 만들면 대박을 치리라. 앱 개발 관련 책을 사서 몇 번 읽으면 내가 원하는 앱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들어진 앱은 스스로 알아서 고객들을 유치하고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난 가끔 폰을 두드리며 광고 수익만 확인하면 된다.

    브런치 식당 운영도, 여행 블로거도 좋아 보였다. 사람들의 불만족이나 수요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변호사 업만 아니면 뭘 하든지 유쾌하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건물주가 되는 것이 곧 실현될 것만 같았다. 미다스가 부럽지 않았다.

    쑥스럽게도 얼마 후 난 당연하다는 듯이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간의 고민이나 공상이 의미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공상은, 과연 내가 즐겁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다만 일단 내가 잘 할 수 있는 변호사 업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막상 개업 변호사가 된 뒤에는 친한 지인들에게 다른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하나의 업을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권투 글러브와 같다는 식의 내 업을 폄하하는 말도 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말을 해도 모자랐다. 그저 이 분야에서 내 업력이 쌓이고 쌓이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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