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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면의 보이지 않는 존재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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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相在爾室(상재이실) 尙不愧于屋漏(상불괴우옥루) 無曰不顯莫子云구(무왈불현막자운구) - 방에 홀로 있을 때 살펴야 하니 이 때는 방구석에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고 하여 보는 이가 없다고 하지 말라." 시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보는 사람이 없을 때 더욱 삼가하여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 구부러져 있는 철사 줄을 따라 원형고리를 이동시키면서 고리가 철사에 닿은 횟수를 스스로 세어서 기재하도록 하는 실험이 있었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방에 놓여 있는 의자에 유령이 자주 앉아 있다고 하니 그 의자에 절대 앉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두 그룹 참가자들 모두 고리가 철사에 닿은 횟수를 실제보다 적게 기재하였지만, 유령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실제보다 조금 적은 정도의 수치를 기재한 것에 비하여 유령이야기를 듣지 않은 사람들은 실제보다 절반 이하의 수치를 기재하는 등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타인의 평가를 의식할 때와 그러하지 않을 때 행동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 인간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혼자 있을 때, 곧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 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강남유흥가 버닝썬 사건, 재벌가 3세 마약사건, 권력자들을 둘러싼 성상납 사건 등은 모두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자신들만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자신들 외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은 도덕과 양심을 가리고 인간 본성에 잠재된 추악한 면을 드러내게 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여 주고 있는 공직후보자들의 여러 문제들 역시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 일들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법의 존재 때문이라기 보다는 나를 지켜보는 유령의 존재 때문이다. 이는 곧 내면의 소리인 도덕과 윤리, 양심이다. 어두운 곳에도 법은 존재하나 그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는 우리의 중심을 잡아 줄 유령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도덕과 윤리, 양심이 많이 희미해지고 허물어지고 있다. 언론에 나타나는 많은 사건들이 보여주는 추악한 면들과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지는 공직후보자들의 씁쓸한 모습은 국민에게 도덕과 윤리, 양심을 거추장스러운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인식하게 하고 있다. 마이크 샌덜은 "윤리적 기반을 잃은 정치가 국가와 국민의 공공선에 해악을 끼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했다. 어디 정치 뿐이겠는가? 사회 지도층과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도덕성이 일반인보다 못하다면 그러한 사회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내가 삐뚤어 있는 한 세상은 영원히 삐뚤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삐뚤어 있지 않으려면 우리 내면의 보이지 않는, 그러나 언제나 나를 지켜 보고 있는 존재를 자각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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