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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산선고로 인한 신분상 차별 신속히 철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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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신설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32조의2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2005년 종래의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을 통합한 것이어서 통합도산법으로도 불린다. 이 법은 개별법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산제도의 취지와 이 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하여 성실하게 살아온 수많은 직장인들이 실직과 함께 신용불량자가 되는 현실을 체험하면서 도산제도를 채무자 회생의 발판이 되도록 재설계한 것이다. 이는 도산을 새 출발(fresh start)로 인식하려는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장경제에서는 항상 실패자가 있게 마련인데, 개인회생·파산 사건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채무자회생법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 왔고, 도산채무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불식되어 가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채무자회생법 내에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도산을 징벌적인 것으로 이해하던 시절 제정된 입법들 중 도산채무자를 응징의 대상으로 낙인찍어 파산채무자의 새 출발을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기능을 하는 조항들이 수없이 많은데, 이러한 독소조항들은 아직도 건재해 있어 채무자회생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파산이 선고되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은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경찰공무원, 교육공무원 등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국가공무원법 제33조 등),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대부분 금지된다. 심지어 보험설계사, 아파트 동별 대표, 일반경비원, 보육시설의 운영자도 될 수 없다. 이러한 법제도 아래서 파산채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노무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 법에 파산채무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너무 많아 도대체 파산채무자를 차별하는 자격이나 직업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파산이 새 출발이라는 것은 허황된 구호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마땅히 개인파산을 신청해야 할 채무자들이 제도 이용을 포기하거나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도산제도가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연히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여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하여 파산선고 후 복권에 관한 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파산 및 복권을 취업이나 자격과 결부시키고 있는 개별법의 조항을 총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러한 법들이 100개를 넘는다고 하니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채무자회생법에 특별규정을 두어 정당한 사유 없이 파산채무자를 차별하는 규정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소멸시키는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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