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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 결혼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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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6일 최영은, 이상우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렸다. 중증장애인인 두 사람은 꽃동네에서 20년 넘게 살다 2015년에 자립했다. 장애인 자립주택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웠다. 시작은 상우씨의 문자고백이었다. “여자친구가 되어줄래?” “오케이~” 영은씨가 흔쾌히 받았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아껴 결혼을 준비했다. 여느 커플처럼 미리 웨딩촬영도 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 


    두 사람의 결혼 초대장에는 다음과 같은 초대 글이 있었다. “중증장애인이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건, 존재의 투쟁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결혼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동정과 시혜의 대상인 장애인이 아니라 ‘나’ 최영은, 이상우가, 당신과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시설 밖으로 나오길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자고 꼭 말하고 싶습니다. 5월 6일은 ‘우리만의 날’이 아닙니다. 사람의 존엄을 귀히 여기는,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응원하는 당신이 함께한다면 ‘더 멋진 날’이 될 것입니다.”

    하마와 별(김탄진, 장애경의 별칭)은 장애계에서 유명한 선배 탈시설 부부이다. 같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았는데, 언어장애가 심한 하마를 별이 돕다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원장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사달이 났다. 평소 아버지라고 부르라던 시설장은 “너희는 하나님하고만 결혼할 수 있다”며 연애조차 반대했다. 별의 부모를 불러 “중증장애인들이 결혼해서 어떻게 살겠냐”며 이별을 종용했다.

    하마는 결국 시설을 나왔지만 몰래 별에게 핸드폰을 보내 사랑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이 핸드폰을 압수했다. 사랑을 이어주던 오작교(핸드폰)를 빼앗기자 별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죽을까 고민하다 시설을 탈출했다. 걷지 못하는 그녀는 기어서 시설을 나왔다. 오랜 시간을 기어가다 만난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택시를 불러 달라고 했다. 그런데 경찰이 왔고, 경찰서에 가니 시설장이 왔다. 시설로 돌아가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그녀는 버텼고, 장애인 단체 활동가에게 연락해 서울로 갈 수 있었다. 이렇게 탈시설을 한 이들은 2009년 결혼했다. 이들의 결혼과 자립은 놀라운 일이었고 탈시설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여 보호하는 복지정책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탈시설 운동이 일어난 지 십수년이 넘었지만 거주시설 장애인의 수는 결코 줄지 않고 있다. 시설정책은 오히려 아동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장애인들은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을 제정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신규 입소를 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거주인이 지역사회에 자립할 수 있도록 주거서비스 등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시설은 감옥”이라는 이들의 구호가 선명하다. 죄도 없는 당신에게 평생 감옥이나 군대에 있으라면 그리하겠는가? 이상우, 최영은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이 부부에게 축의금을 보내고 싶은 분이 있다면. 기업은행 277-051864-01-075 사단법인노란들판).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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