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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사법개혁과 국민의 인권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전 경희대 법대교수)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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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논의되는 형사사법개혁 방안은 헌법상 인권보장 강화에 역행하는 결론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그런 점에서 검찰과 법조계의 의견표명이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고 긴급한 일이라고 본다. 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나 정치권에 대한 반발이라는 언론 평가는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인권지향적인 문재인 정부의 근본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먼저 바로서야 한다는 고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빚어지는 인권탄압의 염려에 대한 예방대책이 누락되어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일선 경찰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대부분 경찰관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에 충실하고,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나무랄 데 없는 우수인력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맞닥뜨리는 범죄는 혼자만 감당하기 벅차다. 법률전문가의 가다듬음과 조율이 어울릴 때 비로소 올바른 법집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채택된 견제와 균형의 절차가 바로 ‘수사지휘’제도이다. 경찰 내부의 통제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론 경찰조직의 특성상 사회방위 목표나 토착 비리 유발이라는 폐단이 더 염려된다. 그래서 ‘공익 대표자’이자 ‘준사법기관’인 검찰에 ‘객관의무’와 동시에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런 수사지휘 조항의 유래와 존재이유를 망각하고 단지 경찰에 대한 권위적 통제수단으로 여겨온 검사나 검찰 직원이 있다면 그것은 무지와 오만일 것이다. 실상 그런 심리적 우월감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대검 차원에서 지속적인 내부 점검을 통해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수사지휘권’은 여전히 긴요한 것이다. 국민 모두를 위한 사회방위와 범죄 진압, 그리고 사법정의 구현이라는 공통의 목표 앞에서 일선 사법경찰의 역량을 치밀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형소법 개정안에 수사지휘 조항이 삭제된 데 대해서 반대한다. 분명하게 반대한다.

    우리 형소법은 사법경찰에게 구속기간 10일을 허용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전형적인 일제 강점기의 잔재 조항이다. 지난 삼일절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칼 찬 순사’이야기는 바로 이 조항을 지칭하는 것이다. 명망 있는 인권변호사이던 문 대통령의 인권보장 강화를 향한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이런 조항을 방치한 채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 결국 ‘인권사각지대 확대’라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그런데 정작 이번 형소법개정안엔 그 조항의 존폐에 대한 토론이나 언급이 전혀 없다. 과거 형소법개정시 거론된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치안현실론’에 밀려서 토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해 왔다. 국민들은 그 점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개혁주장자들 조차 무시하거나 모른 척한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빚어지는 

    인권탄압의 예방대책이 누락

     

    더 안타까운 건 1987년 헌법개정 이후, 특히 1997년 형소법개정 이후 법원-검찰의 꾸준한 적법절차 강화노력이 폄하되고 있는 점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우리나라 경제가, 우리의 과학기술이 70년 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기적과 같은 발전과 번영을 이룩했듯이, 형사사법제도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불구속수사 원칙, 공판중심주의 확립,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통한 증거재판주의 확립과 이를 둘러싼 알찬 판례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짧은 글에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권개선책이 도입되었다. 그런 노력으로 인해 오늘날 대한민국 사법부와 검찰은 전 세계 사법기관으로부터 부러움과 존경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도 인권정부를 표방하는 이번 정부에서 거꾸로 불구속수사 원칙 후퇴, 압수수색 영장의 남용, 심지어 임의제출 빙자한 휴대폰 무단검열 등이 벌어졌다. 법무부장관도 구체적 사건에 관한 수사지휘는 서면으로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대통령이 직접 특정사건을 거명하면서 철저 수사를 지시하고, 연이어 검경 수사기관이 전담 수사팀을 꾸려서 대대적인 언론보도를 통해서 유죄 예단의 발표를 거듭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다 모르는 속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그 사건에 거론된 피의자나 사건관계인들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최근 검찰의 주요한 기소권 행사를 보면 죄형법정주의의 경계선을넘나드는 무리한 기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이젠 언론에서는 폐기된 법칙처럼 취급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일상생활이나 직무활동을 영위하는, 여러 가지 ‘행동’이나 ‘행위’ 가운데 어떤 것이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면 공직사회나 사기업 활동에 ‘몸조심’을 강요하는 부작용과 폐단이 초래된다. 소신과 창의가 바로 자기책임의 시발점이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가 아니겠는가. 사무실에서 직장 동료나 상하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사사로운 친지간의 대화내용이 곧바로 범죄의 영역에 편입된다는 것은 너무나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일상의 다양한 행위를 폭넓게 형법의 세계에서 다루게 된다면, 이는 ‘파쇼’이자 ‘검찰독재’가 되고 말 것이다. 공수처 설치법안도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3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정치중립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검찰의 생명은 정치중립과 수사독립에 있는 것이다. 행정부 산하에 있는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 호칭하는 이유를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요즘 검찰은 내부의 반성이나 점검이 없어 보인다. 마침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개 있는 의견표명을 계기로 검찰 안팎과 법조계는 물론, 사회전반의 집단지성이 함께 작동해서, 부디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개혁 방향이 바로 잡히기를 기대한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하면

    '인권사각지대 확대' 자기모순 

    '공수처 법안'도 똑같은 문제점


    요즘 필자는 법학에 처음 입문할 당시 배웠던 형법총론 첫 수업시간을 간혹 떠올린다. 형법학은 크게 ‘범죄론’과 ‘형벌론’으로 양분되는데, 그에 앞서 두 분야를 아우르는 ‘행위론’이라는 것을 먼저 강의한다. 한스 벨첼이라는 독일 형법학자가 과거의 ‘인과적 행위론’을 배격하고, ‘목적적 행위론’을 제창했다는 심헌섭 교수님 강의가 아직도 귓전에 남아 있다. 아울러 인간의 모든 ‘행동’을 범죄의 영역에서 다루려는 시도는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견해도 점점 강해진다. 어느새 60대 중반이 되어서, 세계 2차대전 이후 독일 형법학계에서 그런 학술적 토론이 있게 된 이유와 시대적 배경을 돌이켜 보게 되었고, 우리나라 형법학도 이젠 다시 ‘행위론’과 ‘죄형법정주의’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정치의 문제는 정치에, 윤리의 문제는 윤리에, 도덕의 문제는 도덕에, 민사문제는 민사법원에, 행정문제는 행정법원에, 가정 문제는 가정에 먼저 맡기고 나서, 그래도 해결 안 되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그때 비로소 형사절차에 맡기는 것, 즉 형법의 보충성(최후수단성)이라는 법적 상식을 보다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싶고, 여하튼 형사사법 개혁은 좀 더 신중한 절차를 통해서,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서 이루어나가야 한다.


    끝으로 필자는 개인적으로 형사재판의 전자소송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갖고 있다. 마침 올해 초부터 서울고법과 중앙지법에서 시범실시를 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부디 법원행정처 당국에서는 예전 민사전자소송 준비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배전의 각오를 갖고 치밀하게 준비해 주기를 바라고, 검찰도 더 이상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이제는 불가피한 전자공판 시대에 대비해서 국민과 사법부를 안심시킬 수 있도록 적극 협력을 해서, 형사소송법의 정신이 충분히 반영된, 효율적이고 모범적인 전자소송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전 경희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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