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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차 나아 진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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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친한 형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진료를 받으러 간 적이 있다. 한의원이 지하철역에서 한참 떨어져 있어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한의원 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지인의 걱정 어린 말이 떠올랐다. 버스에서 내려 한의원이 있는 건물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 근처에 대단지 아파트는 보이지 않았다.


    한의원은 깔끔했으나, 조용했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형이 진료실 침대에 눕게 한 후 내 몸을 꼼꼼히 살폈다. 팔을 이리저리 돌려 어깨 관절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고관절과 무릎 관절의 운동 범위를 여러번 확인했다. 그리고는 진단결과를 말해준 다음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침을 놓았다. 진료를 시작한 때로부터 30분이 지나 있었다. 형에게 물어보니, 다른 환자들에게도 동일한 방법으로 진료한다고 대답했다.

    형은 진료행위에 열과 성을 다하는 것과 달리 영업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한의원은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1층에 위치하지도 않았고 목도 좋지 않았지만, 형은 광고를 하지 않았고 일부 친한 사람들 외의 지인들에게 개업 소식도 알리지 않았다. 몇 달 뒤 형은 한의원을 폐업했다.

    가끔 그 형의 병원 운영 방식을 떠올리며 영업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그리고 요사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는 영업'이라는 '참인 명제'를 점점 더 체감하고 있다. 내가 쌓아야 할 업력의 7할 이상은, 아니 어쩌면 9할 이상은 영업력인 것도 같다.

    그 명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영업이란 것을 하려니 그 방법이 다소 막막하기는 하다. 나를 알린다는 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어색하다. 얼마 전 모교에 찾아가 초면인 선생님들에게 명함을 건넨 때에도,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고향 친구들에게 연락해 개업 소식을 알린 때에도, 뜬금없이 연락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내가 어떤 영역의 업무를 주로 한다고 말한 때에도, 난 쑥스러웠다. 그런 나에게 먼저 개업한 연수원 동기 형이 "처음에 어렵지, 차차 나아진다"고 따스하게 조언해줬다. 그 말이 좋은 위로가 되었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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