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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창립 30주년을 축하하며

    오영근 교수 (한양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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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사정책연구원(Korean Institute of Criminology : KIC)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KIC는 오는 5월 30일과 31일에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KIC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념 학술대회도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기원한다. 

     

    지난 30년 동안 KIC가 수행한 활동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2019년 5월 16일 현재 KIC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s://www.kic.re.kr/index.jsp)를 검색해보면 발간물 중 연구보고서가 1086권, 단행본 44권, 전문학술지 118권, 이슈페이퍼 64권, 학술회의 자료 271권이 그 내용까지 탑재되어 있다. 학술회의 자료만큼 수많은 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1998년에는 세계범죄학대회를 주최하여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도 하였다. 기타 국제교류나 국내 학계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계속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실적들은 KIC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기관이라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이것은 KIC의 구성원들이 어떤 다른 연구기관에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성실하게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것을 웅변하여 주고 있다. 예를 들어 KIC의 연구보고서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대학의 박사학위 이상의 수준 이상에 이르는 단행본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30년 동안 일관되게 경주되었다. 


    연구보고서 등 수많은 자료 발간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관련하여 초창기부터 지적되어 온 사항이 있다. KIC 연구 결과가 현실 정책에 반영되는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잘못된 인식이다. 형사정책적 연구가 정책에 반영되어 법제도의 변화까지 이르게 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1년이나 2년을 기준으로 정책반영도를 평가하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10년, 20년을 단위로 하여 평가한다면 KIC 연구의 정책반영도는 그 어느 연구기관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1992년의 사회봉사명령제도에 관한 연구는 1995년 개정형법에 반영되었고, 1993년의 소년사건처리절차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는 2006년의 개정소년법에 대폭 반영되었다. 기타 최근에 시행되고 있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성범죄자 약물치료명령 등과 같은 제도들의 도입에도 KIC의 선제적 연구들이 정책에 반영되었다. 


    1998년 세계범죄학 대회도 개최

     

    KIC는 학자들 양성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KIC에 근무하였던 젊은 연구원들이 각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었고, 현재 이들은 형사사법 관련 학회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학회들은 KIC출신 학자들이 없으면 학회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분노형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 분노형법이란 범죄와 범죄인에 대한 분노라는 감정을 그대로 법률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성적이어야 할 형사법이 바람직하지 못한 분노와 복수감정에 치우치게 되고, 형벌가중이 이루어진다. 유기징역형이나 유기금고형의 형기를 이전보다 2배씩 가중한 2010년의 형법개정, 심신미약자에 대한 형벌을 가중한 2018년의 형법개정, 형사미성년령을 13세 미만자로 낮추려고 하는 최근의 움직임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오늘날 사회는 ‘분노형법’이 활개

     

    이와 같이 전근대적 엄벌사상에 입각한 정책들의 입법화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와 담당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대중영합적 행태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형사정책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어떤 범죄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에 전문가들이 아니라 언론이 범죄의 실태, 원인, 대책을 제시하고, 이것을 관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이다. 

     

    오늘날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여야 하는 언론의 속성상 언론의 범죄실태에 대한 보도는 지극히 선정적이고, 범죄원인에 대한 분석은 비과학적이고, 제시하는 대책은 형벌가중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언론이 보도해야 하는데, 언론이 보도하고 싶은 것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는 학자들의 입을 빌어 보도된다. 이에 따라 범죄에 대한 대책은 모두 엄벌주의이다. 언론인이 형벌가중을 주장하면 사이비 전문가들의 지원사격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이 받아서 입법화한다. 


    형사정책 등 KIC보고서 반영을

     

    새로운 형사입법이나 형사사법제도의 변경은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전문적인 의견을 KIC가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문제를 다루는 언론인이나 공무원 및 국회의원들은 기사보다 KIC의 발간물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부를 읽을 수 없다면 초록이라도 읽어야 한다. 이것을 읽지 않았으면 차라리 기존제도를 가만히 놔두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다.

     

    아울러 정부는 KIC가 좀더 심도있는 연구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형사정책 연구들은 주로 연구자들의 아이디어가 중심이 된다. 유형적 비용에 대한 보상은 풍족한 반면,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빈약하다. KIC에 알맞는 지원과 평가체제를 고심해야 한다.

     

    다시 한번 KIC의 창립 30주년을 축하하고, 한인섭 원장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의 분발을 부탁한다. KIC가 바로 서야 우리나라의 범죄문제도 바르게 해결된다!

     

     

    오영근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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