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법조광장

    금전대여 사실의 입증

    박재혁 변호사 (서울회)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53159.jpg

    소송상 흔히 다투어지는 분쟁 중의 하나가 금전거래에 관한 것이다. 돈을 주고받을 때마다 차용증 같은 문서를 작성해두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그 돈의 성격과 돈을 주고받은 경위에 대한 입증이 용이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경우에 문서로 그 증거를 남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인 점에 있다. 특히 몇 백만 원 또는 몇 천만 원의 돈을 아무런 담보도 없이 채무자의 말만 믿고 빌려준다는 것은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입장에서 (현금으로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이체해 준 통장거래내역이 있으면, 혹시 나중에 돈을 주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를 요구받을 때 이를 쉽게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는 우리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합당한 일이다. 다시 말해, 채무자가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자명한 사실 및 금전거래에 깔려 있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기본적인 신뢰관계는 -이체증거가 있는 한- 차용증 작성을 생략하게 하는 정당한 사유가 된다 할 것이다. 

     

    금전을 대여해 준 채권자는 이체내역을 가장 중요한 증거로 생각하고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흔히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다투어지고, 엄격한 권리근거규범에 따른 입증책임을 따진다면 위 금원이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는 원고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이체내역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객관적 증거를 무시할 수도 없다. 

     

    금전거래는 흔한 분쟁 중 하나

    차용증은 금전거래 자료일 뿐

     

    이러한 경우 차용증이 없다 하여 위 금원을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는 원고의 청구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원고에게 대여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고에게 왜 돈을 갚아주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석명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금전거래는 크게 돈을 주는 관계와 빌려주는 관계로 나누어 볼 수 있고, 부모 자식 간 관계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다음에야, 돈을 받은 사람은 이를 갚을 의무가 있는 것이 원칙이고, 만일 갚지 않아도 된다면 자기가 왜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지를 밝힐 주관적 입증책임이 있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예컨대, 종전 채무의 변제 수령).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가의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대법원 96다32881 판결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러하다(소송물 논쟁은 일단 논외임). 

     

    이체내역이 더 객관적인 증거

     

    뇌물죄에서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의 금전거래의 성격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고, 흔히 뇌물을 수수한 자가 직무와의 관련성을 부정하면서 단순한 차용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 간 차용증이 작성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위 돈이 차용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차용증의 존부는 당사자 간 금전거래의 성격을 규명하는 하나의 자료가 될 뿐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금전거래를 둘러싼 구체적 사실관계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는 이체내역이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차용증보다는 이체내역이 더 객관적인 증거이고, 이체내역이 존재하고 피고가 위 돈을 원고의 지시를 받아 또는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소비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을 하지 못하는 이상, 원고의 청구를 쉽게 배척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이 더욱 쉽고 간명하게 실체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될 뿐 아니라, 재판을 통한 권리구제를 신뢰하는 국민의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박재혁 변호사 (서울회)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