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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1)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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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았다. 주인공은 도쿄 중심가 고급주택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성공한 건축가이다. 승승장구의 삶을 살아온 주인공은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충격에 빠진다. 6년을 키워온 아이가 친자(親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다른 집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친절하게도 그 가족과의 만남도 주선해준다. 부족할 것 없던 주인공의 일상에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음먹은 대로 살고, 원하는 대로 얻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눈 앞에 닥쳐진 상황을 맞이하고, 제한된 여건 내에서 나름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학생은 ‘일류대학’에 가면 좋다고 하니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선택’하고, 직장인은 상사의 얼굴에 사직서를 던진 후의 미래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으니 오늘까지만 다녀보기로 ‘선택’을 하는 식이다. 인간은 숲을 갈아 엎어 길을 만드는 존재라기보다, 숲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덤불을 헤치고 조심스럽게 걸어 나가는 존재에 가깝다.

    그러한 연유로 ‘선택’은 가장 인간다운 행위이기도 하다. 사람은 일평생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발견한다. 고민의 밀도에 따라 성장하기도 한다. 사람은 말로 말한다기보다 선택으로 말한다. 던져진 숲 속에서 그가 선택해 걸어 나가는 길 외에는 그를 알 방법이 없다. 실존은 존재에 우선한다고 사르트르가 그랬다는데, ‘실재하는 선택’을 통해서만 ‘미완의 존재’를 결정해 나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멋대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주인공 역시 미치고 팔짝 뛸 거 같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어떠한 선택’을 내리고, 그로 인해 그는 ‘어떠한 아버지’가 되었다.

    변호사의 일상 역시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새벽 두시 서면을 마저 쓸 것인가, 아니면 ‘내일 맑은 정신’ 운운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인가. 동료에게 "내가 할게"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너만 믿는다"고 말할 것인가. 대한변협사이트의 채용공고 메일을 무시할 것인가 손이 움직이는 대로 클릭하게 내버려둘 것인가. 지나고 보면 선택의 패턴이 보인다. 패턴이 쌓이면 내가 된다.

    지금은 새벽 두시, 누군가에 차마 맡기지 못했던 서면을 마저 쓰며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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