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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과 본질 사이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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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법전을 들여다보다가 형사특별법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특별법이 있고, 그 안에 많은 형사벌칙이 있다는 점에 놀랐다. 일반인은 형법상 죄도 다 알기 어려울 텐데, 평생 이처럼 많은 특별법을 하나도 위반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법률가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 규정은 해마다 신설·개정되고 있으니 형벌규정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특별법상 형벌규정이 많은 만큼 그 위반사건도 적지 않을 텐데, 경찰이나 검찰은 이러한 사건을 수사하고 결론 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판사는 재판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까? 반대로 만약 이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수사기관이나 판사는 다른 사건을 얼마나 더 충실하게 잘 살펴볼 수 있을까? 

     

    행정입법의 경우 규범력과 집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다양한 행정제재수단과 함께 벌칙규정을 두기도 한다. 이러한 종류의 법위반 사건에서는 벌금형 약식기소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수사기관도 살짝 방심하고 증거나 기록 정리를 빈틈없이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수사단계부터 당사자가 법의 무지 항변뿐 아니라 무죄 주장까지 하면서 사실과 증거를 다투는 경우임에도 수사기관은 더 심각한 다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피의자의 항변에 귀 기울이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상태로 약식기소가 되면 피고인 중에는 체념하고 벌금을 내기도 하는 반면, 억울함을 다투기 위해 정식재판을 청구하기도 한다. 만약 증거가 충실히 정리되지 않은 채 정식재판이 청구되면, 판사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과태료 아닌 벌금은 형사처벌 중 하나이므로 사연 있는 당사자는 불만이 없을 수 없고 소송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항소심, 상고심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정형화되어 있어 소위 ‘뻔한’ 사건이라도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다른 사건(예컨대 일반 민사, 형사 사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각 사건의 충실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게 된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현상을 보고, 예컨대 경찰, 검사, 판사의 수를 늘리거나 조직을 변경하거나 이의나 상소의 요건 및 절차를 엄격하게 하는 것과 같은 방안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어렵다. 

     

    특별법상 형벌규정을 끊임없이 신설하는 것은 국민을 전과자로 만들 위험을 높이는 것이므로, 필요최소한의 원칙, 보충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 따라 벌칙조항의 추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오히려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현행 특별법의 벌칙규정도 최소화하는 방법, 예컨대 (1) 최초 위반에 대해서는 행정법적 제재(예컨대, 과징금, 과태료 등)만 부과하거나, (2) 행정법적 제재가 있음에도 위반상태를 유지하거나, 그것만으로는 해당 규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때에만 보충적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상에 몰두하다 보면 본질을 놓칠 때가 종종 있다. 위에서 본 ‘특별법상 형벌규정 논의’는 예시일 뿐이다. 현상과 본질, 언제나 고민하여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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