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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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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증인’이라는 영화를 뒤늦게 보았다.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중간 중간 기장과 스튜어디스의 안내방송으로 끊겨서 다 보지 못하고 결국 집에 와서 뒷부분을 마저 보았다.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린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증인’은 한 변호사가 살인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이 되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일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성향 중학생 소녀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중학생 소녀가 변호사에게 던진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은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초심을 일깨우는 화두처럼 필자에게 다가왔다. 

     

    작년에 3건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건은 국과수 감정인까지 증인으로 불러서 치열한 증인신문 끝에 감정의견을 유보하게 하여 무죄판결을 받았고, 다른 한 건은 당시 목격자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한 후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사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변호인’으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보람이 있었다. 

     

    세 번째 사건은 국선사건이었다. CCTV가 없는 곳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고, 유죄의 증거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뿐이었다. 증인신문 전에 형사합의를 일단 먼저 받아 놓고, 치열하게 증인신문을 하여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흔들어 놓았다. 최후진술에서는 무죄를 다툴 때 항상 언급하는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대법원 판례로 마무리를 하였다.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세상은 결국 역할놀음’이라는 학부 때 교수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변호인의 역할에 충실하게 무죄를 위해 노력했지만, 세 번째 무죄판결 속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필자는 피고인의 말을 믿고 변호인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진실은 ‘신’만이 아실 것이다. 다만 앞으로 필자가 의뢰인을 선택할 수 있는 사건에서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진 후 사건을 수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다짐한다.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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